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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과학] 제3의 생각 - 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by 두목의진심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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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물리학 상을 받은 노과학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쯤을 기대했다. "물리학은 인간이 사유하는 여러 주제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감수자의 말에는 삶과 우주와 그 외의 모든 것에 대한 기대는 말라는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 호기심은 그것에서 기인했다. 과학자의 삶으로의 통찰.

​196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과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고 국가의 자존심 대결쯤으로 여기는 풍조 속에서 이 노과학자는 유인 우주선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명확히 한다. 중국이 그동안 가 본 곳이 아닌 달의 뒤편으로 우주선을 띄우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개탄을 했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과학이 예측조차 어려운 시대에 정치적으로 투자 논리에서 축소되어 가는 기초 천문학을 두고 저자는 아쉬운 마음을 그의 논설과 기고문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오죽하면 '우주 비행사들은 진동을 일으키고 열을 내뿜으면서 민감한 천체 관측을 망치는 존재'라고 폄하할까. 노과학자의 투정 섞인 볼멘소리에서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에세이라는 말에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걸까. 물리학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도 내용이지만 과학, 특히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이론 물리학에 문외한 독자를 고려한 친절한 내용은 아니다. 게다가 다소 정치적 신념이나 견해가 많다. 내용 자체도 무거운데 번역(뜬금없는 하마 한 마리라니) 역시 전문적이고 딱딱해 자주 책장을 덮어야 했다. 과학적 지식이 없는 내게는 우주는 과연 먼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챕터는 19장 '유인 우주선에 반대한다'라는 그동안 일관되게 유인 우주선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피력한 그의 논점을 과학 저널 <우주 정책>에 기고한 내용을 토대로 이 책에서는 6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마지막 6번째 '인류의 생존'으로의 유인 우주선의 역할이라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외계 식민지에서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점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영화 마션에서 마크가 보여준 화성에서의 자급자족은 결국 포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지만 실은 아직 그럴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물리학자로서 우주에 대한 연구 혹은 기고된 학술자료를 좀 더 발전되고 깊이를 더한 노과학자의 사유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흥미롭지 않은 것도 확실하다. 일반 독자는 분명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학에 대한 탐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연구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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