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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37

[에세이] 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뭐든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라서 어른 되는 것도 공부를 해야 되는 건가, 했다가 가만 생각하니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닐 테니 참 괜찮은 제목이지 싶다. 나 역시 오십 줄이 넘어선지 좀 되고 보니 어른은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면서 조금씩 덧대며 만들어 가야 함을 이제야 아주 조금은 알아챘다. 나도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을. 그가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 바쁜 이들에게 고르고 고른 그의 위로이자 격려이며 조언은 읽기 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7쪽,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울컥, 목울대에 묵직한 것이 걸리더니 순식간에 글자들이 뿌옇게 흐.. 2022. 9. 12.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역시 주문처럼 읽게 되는 제목인 책이 20만 부 돌파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고 서평단 제의가 왔다. 1년 만에 20만 부라. 부럽다. 이미 읽었지만 내용도 추가된 부분도 있다 하니 다시 위로 받고 싶어졌다. 어라? 내가 이 문장을 읽었던가, 싶을 만큼 생소한 문장이 여기저기 솟아 올라 목차를 들여다 본다. 12편의 응원과 위로가 더 담겼다. 한데 그때도 애로적이었는데 여전히 애로스럽다. 위로가 필요하긴 하지만 금세 눈이 피로해질 만큼 가독성이 떨어진다. 한 포인트만 키워달라 부탁했었다. 뭐 내 말을 들어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많이 알고 배울수록 쉽게 추락하는 일, 별거 아닌 것도 힘겹게 받아 들이는 일이 '앎이고 암'이라니... 다행인가. 내가 이리 힘든 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워서 그런 거라는 .. 2022. 6. 26.
[에세이] 모두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따뜻한 제목이, 마치 둥글게 굽은 등을 아래 위로 쓰다듬 듯이 온기가 전해지는 위로를 받는 듯해서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었다. 어떤 위로와 이해의 말들이 담겼을까, 마치 잔치 앞둔 설레는 심정 같았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더 이상 껴안는 게 버거워질 때는 혼자 떠안으려 하기보단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 그래야 서로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말에 한참을 읽기를 멈췄다. 그리고 내가 사려 깊은 사람일까, 싶어 가슴이 시큰거렸다. 작가의 삶에 미워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미워질 듯한 사람은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 적당한 거리와 형식적인 예의로 충분하다, 길래 앞으로 그래볼까 싶어 생각을 더듬는데 나는 미워질 듯한 사람은 애초에 지우고.. 2022. 2. 23.
[에세이]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 - 어쩌면 내게 꼭 필요했던 위로 새해가 밝고 별 것 없는 주말을 보내고 특별할 것 없는 힘듦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여전히 힘듦은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로 느껴로 느껴진 탓에 작가의 위로에 울컥 해버렸다.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당신의 슬픔을 이제는 내가 작은 박동 하나 놓치지 않고서 전부 귀담아듣고 포옹 같은 위로를 건넬게요." 15쪽, 많이 힘든 하루였나요 타인의 말에, 그것도 작은 박동 하나에도 귀를 기울여 준다니 이리 다정할 수가. 마음이 한참 흔들렸다. 참 예쁘다. 박동이라는 단어가 새로워졌다. "지치지 말자. 제발 지치지만 말자." 51쪽, 손편지 그들 모두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는 이야기에 나는 그렇게 애쓰는가 묻는다. 어른이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자동화 시스.. 2022. 1. 4.
[에세이/낭독리뷰]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마법의 램프를 쓰다듬으며 내는 주문 같은 제목을 지그시 보다가 문득 뭐라도 빌고 싶다는 생각을 피워 올렸다. 타이포그래피의 감각적 편집 디자인은 칭찬할만 한데 글자 크기는 애로적이었다. 불편해서 안 쓰던 안경을 다시 써야 했고 같은 문단을 반복해야 해서 읽느라 리듬도 깨졌다. 독자에 대한 배려, 좀 부족했다. 나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숨도 쉬지 않고 속을 게워내는 것처럼,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처럼 그렇게 작가는 마음을 쏟아낸다. 근데 그걸 주워 읽기만 했는데 희한하게 위로가 된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일면식도 없이 평생을 모르고 살더라도 서로를 응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눈에 가슴에 쿡 박히는 문장. "잘라 버릴 사람이 있다면, 그 주변인들도 유심히 보고 함께 걸러야 한다. 나중으로.. 2021. 8. 6.
[에세이/낭독리뷰]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평'이라는 심야의 공간에서 글을 올린다는 이평, 이란 작가의 필명이 두 평이 아닌 게 호기심이 일었다. 공간을 세는 데는 이평보단 두 평이 익숙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정리를 좀 배워 보고 싶은데 엉뚱하게 필명 하나에 꽂혀 관계를 또 하나 늘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만큼 난 관계가 힘겹다. 첫 에피소드부터 쿨내 진동하게 직설적인 게 참 마음에 든다. 거기다 '숟가락 살인마'라니, 비밀스러운 것을 공유하는 것 마냥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에 괜히 으쓱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보기 좋게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하면서 살아봐야지. 진짜 내 인생을 위해서." 21쪽 울컥한 문장 하나는, 뒤돌아 후회할 줄 뻔이 알면서 앞에서 웃는 일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써야 하는 일만큼.. 2021.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