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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모두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by 두목의진심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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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제목이, 마치 둥글게 굽은 등을 아래 위로 쓰다듬 듯이 온기가 전해지는 위로를 받는 듯해서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었다. 어떤 위로와 이해의 말들이 담겼을까, 마치 잔치 앞둔 설레는 심정 같았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더 이상 껴안는 게 버거워질 때는 혼자 떠안으려 하기보단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 그래야 서로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말에 한참을 읽기를 멈췄다. 그리고 내가 사려 깊은 사람일까, 싶어 가슴이 시큰거렸다.

 

작가의 삶에 미워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미워질 듯한 사람은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 적당한 거리와 형식적인 예의로 충분하다, 길래 앞으로 그래볼까 싶어 생각을 더듬는데 나는 미워질 듯한 사람은 애초에 지우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내가 종종 외로웠을까.

 

관계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가의 말들엔 사실 다소 멀미가 났다. 우울도 함께 담겨 설까. 작가는 타인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무시하고 살아내는 게 쉽지 않은 이유로 허우적댈 백만 스물한 가지쯤 존재하는 이유에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독여 준다.

 

나는 빙빙 돌려 애매하게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는 태도여서, 딱히 상대의 기분을 살펴 가며 대화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때론 뜨악해 하는 상대의 얼굴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모두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에 충실하려는 편이다. 한데 작가는 대화에 예쁜 말을 써야 하는 이유와 의도와 상관없이 타인의 감정을 휘두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62쪽, 상대적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면

 

방을 비우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는 일이나 어느 순간 불편해진 단톡방을 탈출하는 개운한 마음을 잘 모른다. 나는 30년이 넘는 친구들 단톡방이 있다. 하릴없이 메시지들이 오가는 편도 아니고 1년에 고작 몇 차례 울리는 정도다. 그런데 유독 자주 방을 나가는 친구가 있다. 그러면 누군가 또 불러들이고 그러면 잠잠히 있다가 말없이 또 나간다. 그러길 수년째, 이제는 친구들도 뭐가 또 심사가 틀렸나 보다며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듣고 보니 불편한 누군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돼서 그게 내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주 가까운 사람과는 삶을 나란히 걷는 느낌을 받는데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인생을 함께 걷기 좋은 사람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사람과 나란히, 오래 걷기 위해서는 마냥 내 보폭만 고집할 수는 없고 상대방을 위해서는 오래 멈추거나 때로는 허겁지겁 뛰기도 해야 할 것이다." 117쪽, 동행

 

보통 자신의 보폭으로 인생을 살라 하는데 작가는 때로는 자신의 보폭을 고집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보폭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한다. 참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204쪽, 애정이 아니라면 내게 다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타인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자신의 허물과 반성을 담았다고 고백하며, 타인과의 관계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우정, 그 속에 행복과 상처뿐만 아니라 어떻게 우정을 보듬어야 하는지 조근하게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관계의 지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위로가 될만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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