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자살 면접

by 두목의진심 2022. 2. 18.
728x90

 

 

낯선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소설을 썼다며 읽어 주길 바란다, 는 작가에게서.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근래 워낙 책 욕심을 낸 탓에 쉽게 틈이 나질 않아 정중히 거절할 심산이었다. 순간 표지가 날아들었다. 괴기스러운 그림에 자살이라니.

 

민감하면서 불편감을 주기도 하는 제목은 순간적으로 눈썹 끝을 꿈틀이게 만들 정도로 호기심을 잡아끌었다. 자살 면접? 뭔가 그로테스크 하기도 하면서 자살이 만연해지는 사회문제를 건드리나 싶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읽기는 한참 전에 읽었으나 갑작스러운 낙상 사고로 쇄골이 부서지며 내 팔이 그로테스크 해져서 한 달 가까이 미뤘다.

 

소설은 생각과는 다르게 장편이 아닌 5편의 단편이 실렸다. 첫 이야기, '세희에게'는 치매와 스토킹을 적절히 연결 지어 서스펜스처럼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것이 몰입감이 상당하다. 세희의 상황이 드러나는 대목과 이후 이야기 뒷심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자살 면접이라는 독특한 주제는 자살로 인한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상황을 '민폐'라는 프레임으로 사회 풍자한다. 한데 어차피 삶을 포기하는 자가 자신 사후에 벌어지는 일에 번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뭐랄까 주제는 독특하고 판타지 한데 좀 황당한 뒷맛이 남는다.

 

 

세 번째 이야기 '알루미늄'은 7차 산업혁명 바탕으로 인간이 기계의 보조로 전락한 시대상을 그려낸다. 만화나 영화에서 종종 그려내는 것처럼 작가 역시 기계 시대의 인간의 포지션은 극단적 상하의 분류로 나누고 있는 부분이 흥미롭게 이어지는 SF 물이다.

 

이어 선과 악의 이야기, '오르와 호셰크'. 이 기발한 선악의 구조가 단지 마약으로 혼돈의 영역에서 만들어진다는 게 힘 빠지는 구조지만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진짜 칭찬할만하고 로또라는 일확천금에 가려진 인간 욕망을 그려낸 '₩ 1,478,629,972' 역시 만만치 않게 몰입도를 경험할 수 있다.

 

삽화나 이야기 전개가 웹툰을 보는 듯하게 읽는 내내 흥미롭지만 뭔가 매끄럽지 않은데 그렇다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작가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