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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5

[여행] 끌리는 개취 여행, the ORANGE 머묾 여행 세 명의 작가, 세 개의 여행론을 읽다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가만, 이게 생면부지 작가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니 좀 생뚱맞긴 한데 다름 아니라 '날마다 아름다운 순간을 수집' 한다는 조정희 작가의 을 읽었던 반가움이다. 벌써 3년이나 흐른 시간 속에 그의 여행법이 얼핏 기억을 더듬게 만들어 이 책도 기대 된다. 이들이 엮어낼 33개의 공간 속 여행은 어떨까. 그 공간을 나타내는 태그와 QR코드는 가보지 못한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나처럼 여행을 보통 책으로 하는 이들은 오렌지색이란 창조보다는 놀라움에 가깝다. "이제는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사랑은 남아 있어서, 나는 그 사랑에 기대고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26쪽, #2 부산 .. 2023. 12. 12.
[여행]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꼭 필요한 가이드북 왜 나는 '산티아고' 라는 말만 들어도 이리 가슴이 벅찰까, 라고 책을 들여다 보며 중얼거렸더니 아내가 "가면 되지, 뭐가 문젠데?" 라고 중얼거린다. 근데 그 소리가 빠르고 깊게 가슴에 박혔다. 아내를 돌아 보며 '휠체어를 타고 가당키나 해?' 라는 원망 섞인 말을 눈에 담았다. 그걸 또 읽어냈는지 아내는 하던 일로 몸을 돌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말고 일부 구간만 걷는 순례도 순례야. 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 보면 되지." 란다. 눈물이 오소소 차올랐다. 그치, 꼭 처음부터가 아니어도 되겠지. 5년 후에는 갈 수 있을까? 은퇴하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시작하고 아내와 나는 할 수 있는 곳부터 해서 콤포스텔라에서 조우하는 꿈을 꾸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 책은 스페인에 거주하며 여행과 관련한 칼럼과 강의.. 2023. 1. 17.
[에세이/낭독리뷰] 유럽에 서 봄 스위스 5월이었던가. 20년 전 출장으로 스위스의 한 도시에서 스치듯 하루 묵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스위스를 경유 프랑스 앙시로 가는 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이 기억에 담겨 있다. 그리고 드라마 의 리정혁 대위가 피아노를 연주해 주던 그림 같은 곳도 여기 이젤발트 아니던가. 작가에게 그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받았다. 서평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읽어 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미루기만 하다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읽을 책을 고르려다 푸른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한쪽에 만년설이 덮인 표지가 유혹하듯 눈길을 잡아끌었다. 스위스다. 이제는 소녀가 아닐지 모르는 하이디가 여전히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곳. 그렇게 '만년설을 이고 서 있는 차가운 냉정과 사.. 2021. 10. 15.
[맛집여행/낭독리뷰]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사실 맛집은 제 입맛에 맞아야 진짜 맛집이라는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터라 먹방 대가들의 말도 귀담아듣지 않지만 허영만 화백의 싸인본이 탐나 냉큼 서평단을 신청해 받았다. 나는 돈가스나 라면, 짜장면 같은 달짝지근한 음식들을 좋아하고 이 세상 맛집은 배부르고 등 따신 곳이면 족한 아주 단순한 초딩 입맛을 가직한 입 짧은 사람 인터라 딱히 음식에 관심이 많지 않아 백반 밥상이 어떤 차림을 말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밥과 국이 있으면 그게 백반일까? 반찬의 가짓수나 종류가 상관없나? 진심 궁금하다.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경기, 강원 등 전국 팔도의 내로라하는 176개의 맛집을 순례한다. 음식 하면 전라도라더니 다른 지역보다 그 수가 훨씬 많다. 한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가본 곳이 한 군데도 없다. .. 2021. 6. 13.
[에세이] 제주에 왔고, 제주에 살아요 - 세 여자의 진짜 제주살이 이야기 표지에 '진짜' 제주살이라는 말이 택시를 잡듯 세차게 흔들어 댔다. 12년 전 제주에 갔고, 제주에 머물렀던 기억에 제주살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고 홀린다. 인생을 통틀어 행복이라는 공간적 의미는 그때 3년뿐일지 모른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 공간 속에 머문다.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육지로 쫓기 듯 돌아온 나는 가짜로 살았던 걸까? '불턱' 깊은 바닷속 숨을 죽여야만 했던 해녀들이 뭍으로 나와 죽였던 숨을 틔우는 곳이라니 미처 몰랐다. 오가며 뿔소라 흥정만 해봤지 그네들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 해녀 해볼까?"라고 묻던 아내의 물음이 그렇게 쉽게 해서는 안 될 것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어느 날 표선의 바다를 찾는다면 꼭 들러 보리라 다짐한다. 5살,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가 하나 반은 더 .. 2021. 1. 25.
[여행/에세이] 나에게 마법 걸기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던 광고 카피는 내게 인도에 대한 환상을 심었다. 그 이후 늘 인도는 내게 언제나 갈증이었다. 휠체어를 끌며 저곳을 부유하듯 떠다닐 수 있을까. 갈 수 없는 아니 가기엔 두려운 나라 인도는 책으로만 가는 곳이다. "꿈같다. 인도에 있을 땐 내가 한국에서 살았었나를, 한국에 있으니 내가 인도에서 살았었나를, 자라난 애들을 보면 내가 애를 낳았었나를, 생각해 본다. 마법 같은 날들이다." p5 얼마나 크게 설레어야 그 설렘으로 몽롱해질까? 작가에겐 첸나이가 그렇고 인도가 그렇다고 하는데 여전히 내겐 인도는 목마름이다 그것도 타는 목마름. 타인의 시선으로 타인의 감정으로만 공감해야 하는 인도의 끈적함과 짙은 향기는 어지간해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동.. 2018.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