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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여행]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꼭 필요한 가이드북

by 두목의진심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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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산티아고' 라는 말만 들어도 이리 가슴이 벅찰까, 라고 책을 들여다 보며 중얼거렸더니 아내가 "가면 되지, 뭐가 문젠데?" 라고 중얼거린다. 근데 그 소리가 빠르고 깊게 가슴에 박혔다.

 

아내를 돌아 보며 '휠체어를 타고 가당키나 해?' 라는 원망 섞인 말을 눈에 담았다. 그걸 또 읽어냈는지 아내는 하던 일로 몸을 돌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말고 일부 구간만 걷는 순례도 순례야. 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 보면 되지." 란다. 눈물이 오소소 차올랐다.

 

그치, 꼭 처음부터가 아니어도 되겠지. 5년 후에는 갈 수 있을까? 은퇴하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시작하고 아내와 나는 할 수 있는 곳부터 해서 콤포스텔라에서 조우하는 꿈을 꾸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 책은 스페인에 거주하며 여행과 관련한 칼럼과 강의도 활발하게 하는 저자가 7번이나 다녀온 산티아고를 생생하게 전한다. ​생장 피르포르에서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그사이 31개의 도시를 보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곳 어딘가를 걸을 수 있을까. 이 순례길에서 기적을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벅참도 갖는다.

 

순례가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여행'이라 표현하며 여타 다른 여행 가이드북처럼 꼼꼼한 일정 계획과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긴다. 낯선 여행을 익숙한 여행처럼 만들어주는 건 고마운 일이긴 한데 왠지 경외스러운 것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쌉싸름하다.

 

제일 짧은 9일 간, 사리아에서 콤포스텔라의 110km 순례가 눈에 들어 온다. 할 수 있을까? 길은 어떨까? 휠체어를 밀고 걷고 타고 걸어 볼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당최 쉬지 않고 뒤섞인다. 내게 완주증이 무에 중요할까 싶어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읽게 된다.

 

13쪽, 산티아고 순례길 부분 걷기 코스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욕심의 무게라니, 그걸 2~3번은 버려야 자신의 무게를 찾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철학적인지. 산티아고 길 위에 서면 다 이렇게 될까 싶으면서 내가 짊어진 무게는 얼마쯤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나! 기온에 강수량까지! 정말 많은 정보들로 빼곡하다. 마치 첫 여행길을 나설 때 부담스러울 정도로 챙겨주던 엄마처럼. 단언하건대 이 책 하나면 콤포스텔라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다.

 

생장 피르보르를 시작으로 하루씩 순례길을 더듬어 간다. 가는 이동 경로가 평지인지 오르막인지 산길인지 지도와 함께 자세히 안내한다. 길 안내에 더해 경유 도시나 짐 꾸리는 법, 알베르게 정보 등 피가되고 살이 되는 팁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가슴을 뒤흔드는 사진까지.

 

18~21쪽
60~61쪽

 

개인적으로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철십자가를 떠올리게 된다. 저자의 일정으로 출발 24일 차, 580.4km에 만나게 되는 곳. 무겁디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각자의 소망을 품은 조약돌을 묵묵히 감내하며 덜어내는 곳. 아직 뚜렷하게 그곳에 내려둘 딱 하나의 소망을 정하지 못했지만, 꼭 가야 하는 곳이 아닐까.

 

글을 쓰다 문득 떠오른 소망, 다음 생도 나와 함께 하자고 하면 아내는 화를 낼까? 이번 생 내 뒷바라지 하느라 허송한 세월 곱절로 채워주고 싶은데. 거절하겠지?

 

266~270쪽, 폰세바돈부터 폰페라다까지

 

산티아고, 이곳은 어쩌면 순례자의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목동이었고, 또 신도였던 평범한 이들이 걸으면서 만나는 삶이 순례고 신앙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천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길 위에 선 모두가 순례자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은 지금, 하루 20km 내외의 순례가 쌓이고 쌓여 800km가 되고, 흘린 땀과 눈물이 마르고 나서야 완주증을 마주할 수 있는, 그 순간의 벅찬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간절함이 생겼다.

 

정말 부럽고 진심 그 길 위에 서있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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