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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쉽게 읽는 보웬 가족치료

by 두목의진심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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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군가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건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라는 저자의 말이 진심 공감이 되어 읽지 않을 수 없다. 복지관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그렇다고 이렇게 민감한 주제를 쉽게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싶은 우려도 든다.

 

우리가족아동상담센터 대표이자 20년 차 상담가인 저자가 풀어내는 가족 상담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야 할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 현대정신분석, 융 분석심리학을 토대로 '가족' 그리고 '나'를 설명한다.

 

"다윈의 진화론 적 관점에서 가족을 볼 때, 가족이라는 제도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다. (…) 적응적이라는 것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살기 위한 결과다. 따라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모두 적응 결과다. 그 결과가 비록 부정적이고 문제가 되더라도, 그것은 어떤 한 사람의 잘못도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가족이라는 감정체계의 결과다." 8~9쪽, 들어가면서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사례 연구는 실로 놀랍다. 트라우마의 상흔이 세대를 거치고 고스란히 유전자에 각인된다는 사실이나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이미 조부모의 몸 속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에 소름이 돋는다. 생존과 관련된 감정 그리고 불안이 만들어 지는 곳, 이 가족이라는 설명과 그런 인과관계에 대한 연결 고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그의 말꼬리를 잡고 생각하느라 멈추게 된다. 인간의 뇌 설명에 변연계가 없는 파충류는 새끼를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는다, 라는 말에 그런 인간들을 보아온 터라 말문이 막혔다. 진짜 그들이 짐승이었구나 싶어서. 한데 이 또 무슨 기막힌 반전인지. 최선은 그게 아니라니. 이게 더 소름인데?

 

"보웬은 높은 자아분화의 수준이란 참자기가 거짓자기보다 많은 것이라고 했다. '견고한 자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참자기는 자신의 욕구, 자기 생각과 감정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왜 하는지'를 말할 수 있다." 77쪽, 건강한 대안, 자아분화

 

진화를 집단(연합성)과 개인(개별성)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빨려 들듯 읽게 된다. 보웬은 이런 두 감정을 조절이 중요하며 이를 조절하는 능력을 자아분화라고 정의 한다. 그래서 고유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고 했다고 저자는 설명하는데 보웬이 말했다는 '견고한 자기' 수준의 자아분화는 내겐 언제쯤 이루어질지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58쪽, 멀어져도 문제, 가까워져도 문제

 

굳이 가족의 문제를 파헤칠 필요는 없겠지만, 가계도를 통해 내 심리적 불안이나 가족 구성원의 문제를 이해해 보고 싶다면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가계도를 통해 관계의 이해를 돕는다. 이건 가족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지표여서 복지 현장에서 쓰고 있기도 하다.

 

98쪽, 가계도 작성법

 

이 밖에 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구성원 간 관계를 이해하는데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다. 내재적으로 쌓인 불안이 어떻게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 녀석이 핵가족화되는 현재의 가족 구성원 정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세대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그렇게 개인에서 가족 혹은 타인과의 관계 나아가 스스로의 정서적 불안을 거슬러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

 

120쪽, 불안을 처리하는 방식-정서적 단절

 

솔직히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곱씹으며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주제가 적지 않아서 놀랍다. 복지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처음 복지관을 이용하는 이용인들의 초기상담을 하게 되는데 이때 원가족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여지없이 당사자의 정서적 불안이나 결핍을 보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 느꼈던 많은 부분이 공감되기 했다.

 

상담이나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아주 좋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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