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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by 두목의진심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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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내일', 은 중의적일까. 내일 혹은 내 일. 그게 무엇이든 좋아져야 할 거라면 어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된다. 책날개에 날리 듯 펼쳐진 그의 평범하지 않은 소개가 가볍지 않다. 그런 그의 공감은 가볍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갑과 을의 세계를 지켜보는 병 혹은 정쯤인 내겐 그렇다.

 

<크리스마스의 구원>을 읽으며 그의 표현대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가 마주한 반타블랙의 우울이 내게 전이된 듯했다. 국민학교 3학년 2학기가 막 시작할 무렵, 서울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전까지 2층 집은 고사하고 발을 땅에서 떼게 만든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터라 고작 4층 베란다에서 내려 본 바닥은 아찔했다. 엄마는 멀미가 난다면서도 웃음을 지었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경험한 높이가 익숙해지는 동안 나는 나이를 먹고 점점 더 높은 층을 오르내렸다. 그럴 때마다 아래를 지긋이 내려다볼 때가 있다. 갑작스럽게 뒤집어쓴 장애는 시퍼런 청춘을 고스란히 내 삶에서 도려내 버렸다. 학교도 취업도 사랑도 뭐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뛰어도 될 것 같은 착각, 아니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어쩌면 그때마다의 내 감정색은 반타블랙이었을까. 실은 망설이고 있던 걸까.

 

<오리, 날다>는 목울대를 심하게 흔들었다. 애초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유가 그걸 핑계로 도망갈 구멍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내 처지를 들킨 것만 같았다. 버티려면 살려면 영혼은 출근길에 집에 고이 모셔두고 나서야 하는 바 최선은 사치일지도. 반면에 공감해 줄 독자가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는 그에게 그러지 말라고,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그리고 본업으로 하셔도 충분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만 포기 할까' 라는 고민이 세 번째 찾아올 즈음 맞닥뜨린 바다, 라는 그의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뭐든 쉽게 포기하는 세상에서 세 번이나 버텨 낸 것도, 그 후 펼쳐진 바다를 보게 되는 것도 심지어 해변에 몸을 내던지는 것도. 매일 매 순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언제쯤 그렇게 몸을 내던질 수 있을까.

 

"은행나무 잎이 걸음걸음마다 별똥별처럼 쏟아지는 날이었다."

 

이런 표현은 어찌나 황홀한지, 샛노랗다는 표현도 모자란 노랑이 별똥별처럼 쏟아지다니 눈을 감고 상상하면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인 이런 세상에서 성인 ADHD에서 자유로울 성인이 있을까. 회사 책상은 늘 무엇인지도 모를 서류들이 쌓여 업무를 재촉하지만 시작이 어렵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그런 성인 ADHD 목록을 가볍게 훑다가, 예상은 했지만 실제가 되니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쉽게 주의력이 날아 가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는 거나, 지속적인 정신력을 요하는 일은 피하는 거나,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가끔 아주 가끔 우수해 보이기도 하는 것들에 동의에 제청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다.

 

146쪽, 10 잃어버린 우산

 

선이 돌아서면 악이 되는 선악의 경계를 관계로 연결 짓는 이야기에 그런 관계가 어색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한 이후로 어중간한 포지션에 위치하거나 스따(스스로 자처하는 따돌림)를 선택하기도 하던 감정이 조금은 옅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울림에 누군가가 파장을 느끼거나 공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식이 생겼달까.

 

또 인생은 생각보다 심오하지 않다, 라는 그의 말에 잠시 멈췄다. 그렇게 별다를 게 없는 그저 자기 몫을 살아내는 게 전부라면, 고개 한번 들지 못하고, 하늘 한번 보지 못한 채 인생을 잘 살아 보겠다고 전투적으로 살아내는 게 좀 억울해져서 좀 염세적인 기분도 들지만 어쨌거나 오늘을 별일 없이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길 바라긴 한다.

 

250쪽, 17 춤추는 개구리

 

그렇게 마지막 그의 말이 내게 공명이 됐다. 그렇게 힘든 건 나여서 그랬다는 말이 한참 가슴을 두드려 댔다. 그의 글은 위로받기보다 위로하고 싶어지게 한다. 그게 타인이든 자신이든.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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