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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여행] 끌리는 개취 여행, the ORANGE 머묾 여행

by 두목의진심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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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작가, 세 개의 여행론을 읽다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가만, 이게 생면부지 작가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니 좀 생뚱맞긴 한데 다름 아니라 '날마다 아름다운 순간을 수집' 한다는 조정희 작가의 <기획자의 여행법>을 읽었던 반가움이다. 벌써 3년이나 흐른 시간 속에 그의 여행법이 얼핏 기억을 더듬게 만들어 이 책도 기대 된다.

 

이들이 엮어낼 33개의 공간 속 여행은 어떨까. 그 공간을 나타내는 태그와 QR코드는 가보지 못한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나처럼 여행을 보통 책으로 하는 이들은 오렌지색이란 창조보다는 놀라움에 가깝다.

 

"이제는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사랑은 남아 있어서, 나는 그 사랑에 기대고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26쪽, #2 부산 | 이우환 공간

그 중 첫번 째 작가, 박상준의 이야기. 공간에 존재하는 건축물을 보는 일이 사유가 되기도 흔치 않은 일일 텐데 그런 사유에 이런 문장을 적어내는 저자의 깊음에 얼마간 질투를 느꼈다.

 

또, 미래의 혁신은 존재를 알아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어 모르게 하는 것이라는, 그곳이 삼청도서관이라는 저자의 말에 그곳이 이리도 궁금해질 수가.

 

등산은 커녕 평지 여행도 쉽지 않은 나로서는 두 번째 작가 송윤경의 글은 경이로운 풍경이 먼저 휘몰아쳤다. 신선대, 금강산 자락이라니 더 신비로운데 그 끝 점으로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이리저리 바쁘게 나댄다.

 

52쪽, #6 여수 장도 104쪽
#12 고성(강원) 신선대, 120쪽 #14 밀양 명례 성지

 

"계단에서 일어나 콘크리트 소금 모서리를 가만 만져봤다. 어느 것은 뾰족하고, 어느 것은 무뎠다. 너무도 견고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콘크리트가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아 뭉툭해졌다. 건축가가 생각한 녹는 소금은 실제로 녹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을 날카롭게 긁어 대던 소금 결정 위로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118쪽, #14 밀양 | 명례 성지

 

나 역시 한때 천주교 신자로 살았던 터라(지금은 가열하게 냉담 중) 그의 명례성지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쏟아질 듯 위태롭게 어두운 하늘에 박혀있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영양의 천문대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기록해 놓았다.

 

198쪽, #24 김제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 240쪽, #29 완주 삼례책마을

 

세 번째 조정희 작가의 머묾에서 눈에 띈 동심의 세계는 <천공의 성 라퓨타>로 내려왔다. 마치 시타가 하늘에서 유영하듯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애니메이션 속 하늘 위 구불구불 철길로 이어진 탄광촌을 둘러싼 나무집들을 작가는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와 연결 짓는데 그의 사진을 보니 영락없다.

 

역시 관심사는 피해 갈 수 없는 것일까. 삼례책마을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독서를 멈췄다. 영국 웨일스의 한 탄광 마을이 헌책방 마을로 재탄생되었다는데, 그 헤이 온 와이(Hey on Why) 마을을 벤치마킹한 곳이 삼례책마을이라고 한다. 10만 권의 장서가 쌓여 있다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책의 독특함은 각 공간과 장소의 시작에 앞서 작가는 시詩적 그러면서 철학적 사유의 글을 던지고, QR코드로 그 공간으로 빠르게 스며들게 만든다. 또, <더 오래>를 두어 소개되는 건축물을 둘러보게 하고, <더 깊게>를 두어 이야깃 거리를 더 깊이 알게 하는 세심함을 갖춘다.

 

대구로 시작해 부산, 서울, 양구, 여수, 여주, 완주, 충주, 홍성, 강원 고성, 구례, 밀양, 보은, 부천, 영덕, 영양, 인천, 태안, 화성, 김제, 남원, 의정부, 인제, 전주, 파주로 끝맺는 33곳의 공간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여행이 되는 통에 무작정 떠나게 만드는 개취 여행서가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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