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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골목의 재발견, 우리 동네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다

by 두목의진심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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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에 방점이 찍힌 친절한 사장님이 계신 그 동네가 한적한 시골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 마곡동이라는 게 조금은 우리 동네와 이질감이 느껴졌다. 프롤로그에 소개되는 마곡동 일대, 마트럴 주변 아울러 그 친절한 사장님의 주 종목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아파트 숲에 둘러 쌓여 듬성듬성한 섬처럼 어쩌다 찾게 되는 우리 동네는 친절한 느낌의 사장님이 계시던가?

 

 

​소개되는 그 친절한 사장님이 한 명이 아니라 떼로 등장할 줄이야! 양천로 30길 주변 대로 주위로 자리 잡은 가게들이 담긴 일러스트를 보니 TV에 등장하는 동네 한 바퀴가 생각난다. 이 골목을 따라 9개의 상점이 소개되는데 QR코드로 가게 SNS로 바로 연결되고, 아기자기한 입구 일러스트는 조금 더 입체적이게 만든다. 너무 궁금증을 자극하는 통에 N사의 거리뷰로 거닐어 보니 입구에 단차들이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 접근성이 떨어져 좀 많이 아쉽다.

 

창고였다가 택배기사들의 대기실이던 곳에 자리 잡은 <커피상담원>은 다정함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있다 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작업실 하나쯤 갖게 되는 <나의 작업실 완전한 여름>은 나도 한때 로망이던 그림이 언어가 되는 곳이라니 상상력이 막 자극된다.

 

게으른 오후

 

특히 독쓰기(독서와 글쓰기)에 매진 중인 터라 서점에는 눈이 반짝거리는데 온 우주가 띠링 문 여는 소리와 들어와 정감 어린 소통을 나누게 되는 <게으른 오후>는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입구 단차로 포기했지만. 요새 책 읽느라 잠깐만 간장 종기처럼 엎어져 있으면 금세 눈앞이 뿌옇게 번져버리는 신체 변화를 실감하는 나이인 터라 저자와 말 트기는 좀 쉬울 듯했는데 많이 아쉽다.

 

블리스냅

 

나는 엑스 세대 대표 주자라서 난생 처음 들어본 테린느가 얼마나 핫하길래 오픈런에 본고장 일본에서도 먹으러 올까 싶긴 했지만 또 먹어보질 못했으니 그닥 입맛을 다시진 않았다. 한데 <블리스냅> 네이밍이 '온전히 행복한 낮잠'이란 말에 끌렸다. 온전히 낮잠에 빠져든지 가 기억도 나지 않아서 그냥 그곳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이 번지겠다 싶다.

 

주식

 

또 나도 체육학을 전공했던 터라 스포츠 과학 전공자라니 반갑고, 그가 만드는 빵이라니 왠지 찰기가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보게 된 빵 사진에는 이 정도의 속내를 가진 빵이라면 가게 네이밍처럼 밥 대신 주식으로 먹어도 좋겠다 싶다. 주식은 진짜 가보고 싶다. 혹 인터넷 주문도 되려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 아니 <게으른 오후> 서점 주인의 친절한 안내는 도슨트의 향기가 폴폴 난다. 골목 라운딩 하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이 골목 어디께쯤에서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워 올리게 만든다. 이 동네처럼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골목이 부럽다. 그리고 이런 슬기로운 골목 사용 설명서가 많아지면 좋겠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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