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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맛집여행/낭독리뷰]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by 두목의진심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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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맛집은 제 입맛에 맞아야 진짜 맛집이라는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터라 먹방 대가들의 말도 귀담아듣지 않지만 허영만 화백의 싸인본이 탐나 냉큼 서평단을 신청해 받았다. 나는 돈가스나 라면, 짜장면 같은 달짝지근한 음식들을 좋아하고 이 세상 맛집은 배부르고 등 따신 곳이면 족한 아주 단순한 초딩 입맛을 가직한 입 짧은 사람 인터라 딱히 음식에 관심이 많지 않아 백반 밥상이 어떤 차림을 말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밥과 국이 있으면 그게 백반일까? 반찬의 가짓수나 종류가 상관없나? 진심 궁금하다.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경기, 강원 등 전국 팔도의 내로라하는 176개의 맛집을 순례한다. 음식 하면 전라도라더니 다른 지역보다 그 수가 훨씬 많다. 한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가본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역시 배만 부르면 다 맛집인 나란 남자 어쩌면 좋은지.


한데 밥과 국의 조화만 있는 게 아니다. 첫 집부터 낙지볶음이라니.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보니 입맛 확 돈다. 안산 월피동 낙지마당이 생각난다. 그건 그렇고 나는 살짝 달짝지근한 낙지볶음을 좋아하는데 허 화백은 달지도 짜지도 않아서 좋다 하시니, 역시 맛집은 제 입맛에 맞아야 맛집이랄밖에. 남의 입맛이야 달던 쓰던 내 무슨 상관이랴 싶다. 그럼에도 허 화백이 곁들이는 짧은 맛 평의 재치는 읽는 맛이 말 그대로 기똥차다!

직촬하신 사진이라 짐작되는 사진은 군침 돌게 만들고 주소와 영업시간 등 가게 정보는 유용한데다 맛 평과 음식 일러스트는 재미를 더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방문일과 별점, 후기를 적을 곳을 덧붙여 놓아 은근 방문의 압박이! 한참을 한식 일색인 허 화백의 맛기행을 따라가보니 은근 느끼한 게 땅기는지 봉골레 파스타에 입맛을 다신다. 그렇게 군침 한번, 책장 한번 대차게 넘긴다.

41쪽, 라칸티나 



'문산?', 이 낯선 지명이 한국의 뉴욕? 오십 줄의 나잇값을 한답시고 잠만 재우던 호기심이 발동한다. 문화 다양성인가? 예술의 천국인가? 아니면 그냥 어둠이 내리면 위험해지는지 "문산은 왜 뉴욕이 되었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그곳에 도전해 볼 만한 것도 있다니 가봐야 하지 않겠나!



튀어나온 배 걱정에 멀리해야 할 책이 분명하건만 먹는 것만큼이나 읽는 것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실로 다양하고 엄청난 메뉴들의 향연이다. 게다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도 그렇지만 파주 국물 없는 우동, 진천 오리 목살, 진주 거지탕, 고성 하모회처럼 보도 듣도 못한 메뉴는 식탐 게이지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어쩌겠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데.


책장을 덮은 지금, 결국 올라올 대로 올라온 식탐을 어쩌지 못해 비빔라면을 말고 있다. 구구절절하게 맛 평가가 되어 있는 맛집 책이나 리뷰들 보다 허 화백의 심플한 그림과 짤막한 느낌으로도 그 맛이 충분히 보인다는 게 신기한,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그런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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