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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육/낭독리뷰]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 고지마치중학교의 학교 개혁 프로젝트

by 두목의진심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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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학교에서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에 어떤 게 있을까? 하고.


자습, 시험, 숙제, 체벌, 왕따 같은 걸까? 왜 좀 더 긍정적인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 건지 씁쓸하지만 사실 나는 학교에서 행복이나 꿈같은 것들을 배우거나 찾기보다 선생의 폭력에 잘 견디는 법을 좀 더 많이 배운 세대라서 하루라도 안 맞으면 잠이 안 올 지경이었으니. 그렇다고 내가 아주 개망나니 같은 학생이거나 소위 일진류의 학생도 아니었지만 교사의 기분에 따라 거의 매일 지옥을 경험했다.


어쨌거나 '원래'라거나 '당연'하다는 말은 좋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원래 이런 건 잘 안돼"라거나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식은 말은 생각을 부정적으로 만들 확률이 높기 때문에.


책 내용은 교사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교권을 펼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과거 성적이 바닥을 기는 학생들 몇을 반평균을 깎아 먹는다는 이유로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수련회로 보내버린 담임이 생각났다. 또 돈봉투에 자리를 바꿔주는 담임, 자신은 숙취로 양호실 침대에 누워 자습을 시키던 담임도 있었다. 이런 고정 담임제의 양아치 교사들이 판치던 그때는 담임이 되려고 안달복달했다. 그때 그 선생들이 제자들의 미래를 밝혀줄 사명감이 있었을까?


그래서 전원 계주에 대해 9:1이던 여론이 0:10이 되기까지 모두가 행복한 운동회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증명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진심인 교사의 입장에서 거듭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례들은 보는 내내 부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가 바뀐들 부모나 사회,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들의 노력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입시제도가 인생을 가르는 척도처럼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교육의 목적이랍시고 섣부른 가르침은 되려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좀 의외의 지점도 있었는데, 아이들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교사의 지지가 화해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갈등을 풀어낼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고 설사 관계 회복이 안 된다면 그 또한 괜찮고 대신 관계 회복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는 설명은 그동안 상식처럼 여겨진 관점을 바꾸는 설득력은 속된 말로 쩐다.





"어떤 행동에 '문제'라는 딱지만 붙이지 않으면 그 행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78쪽



참 현명하지 않은가. 한데 나는 반대로 책을 읽는 내내 학교는 지각은 물론 결석을 하지 않고, 놀더라도 숙제를 하고 놀 것이며, 자기 전에 책가방을 미리 싸고, 학생 본분은 공부라는 '당연함'을 내세우며, 학생은 이래야 한다는 어찌 보면 내가 자라면서 그토록 듣기 싫었던 말들을 내 아이에게 쏟아 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서. 순간 부끄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중간 기말시험을 폐지하거나, 숙제를 없애고, 고정 담임이 아닌 전체 담임제 등 관행처럼 이어져온 일들을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더 잘 살아가게 하기 위한' 목표 아래 교육 혁신을 일궈낸 이 학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곧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커리큘럼의 개발을 통해 학생들이 집단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학기를 구성하고 실천하고 있는 점이나 아이들의 생각의 깊이를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트 필기법 개발 등 다양한 혁신 사례는 한국 교사들도 적용 가능성을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상식처럼 굳어진 상하 계급이 만들어낸 호칭이라는 자기반성은 내게도 꽤나 묵직하게 울린다. 사회복지 현장 역시 이름 뒤에 사회복지사라는 호칭을 꼭 넣거나 스스로 선생님이라 명명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냥 넘기지 못하고 자성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선생님 대신 나나 저라는 호칭을 연습해야겠다.

마지막으로, 구도 교장이 그리는 학교가 미래의 학교가 추구해야 할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의 주인이 누구며 그들이 미래에 어떤 인생을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초석을 다지는 곳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고 당연하다. 그러므로 그렇게 작동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당연함은 다시 재고 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물개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하여 이 책이 비록 일본 교육시스템의 혁신 사례를 담고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배울 점은 배우고 깨달아 백년대계라는 교육에 걸맞게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육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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