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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경제/낭독리뷰]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by 두목의진심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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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저 말은 온라인 기술을 비꼬는 건지, 인공지능 발전을 우려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 사실 기술이나 과학의 발전이 환경오염이나 인간성 상실 같은 여러 문제가 있다고들 하는데 공감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런 발전이 나 같은 장애인이 '다름'으로 겪게 되는 물리적 차별을 많은 부분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예를 들면, 척수 장애인에게 직립보행을 되찾아 줄 수도 있고, 시각장애인이 드라이빙의 기회도 가질 수 있으며, 청각 장애인은 청음인의 말로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 분명 순기능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초반에 밝히고 있다시피 혁신을 넘어선 기술과 정보의 혁명에 관한 이야기로 '네트워크 경제의 친절한 안내서'를 표방한다. 그렇게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 전 문자의 발명이 가져온 1차 정보혁명과 15세기 인쇄기의 발명이 2차 정보혁명, 20세기 끝에 일어난 3차 정보혁명이 바로 네트워크라는 설명이다.



또 이렇게 3번의 정보혁명을 거치며 인류는 빠른 속도로 거대해지고 하나로 묶였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플랫폼 기업이 있으며, 이들이 새로운 권력집단이 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이 책은 '새로운 정치·경제 권력이 누구인지', '네트워크 경제는 어떻게 작동되는지', '새로운 제도와 문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이며, 그것들 뒤에 바로 플랫폼 기업이 있다고 단언한다.



사실 보다 빠르고, 보다 편리하게 다양성을 추구하게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플랫폼 시장은 배달 앱의 갑질이나 숙소 예약 앱의 횡포를 알면서도 사용자가 이용하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런 현실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한편, 양면시장 이론에 대한 설명과 사례는 관련자가 아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판매 가맹점의 광고비로 노출 순위를 조작해서 논란을 빚은 배달의 민족의 행태는 아무리 양면시장에서 허용 가능한 일이라 해도 영세 업체들의 등골 빼먹는 광고비로 장난질하는 건 개인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이렇게 필요한 한쪽이 일방적인 비용 부담이 가능한 '교차보조' 시스템이 바로 양면시장 이론의 핵심이고 이런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지적된다.



이처럼 플랫폼 시장은 독점 시장의 형성도 자연스러울뿐더러 이런 독점을 통해 권력의 이동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인적이든 물적이든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실감되는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네트워크를 최소화하고 싶은 1인으로 기분이 착잡해진다.






현대 사회의 금융 구조에서 상호 신뢰가 가진 시민적 함의는 얼마나 될까? 블록체인의 시스템이 촘촘하고 획기적이라 하더라도 채굴을 위해 어마어마한 환경오염을 만들어낸다면 우린 개인과 공동체 중 무엇에 더 방점을 더 두어야 할까? 나아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정보 채집은 공공의 영역조차도 개인의 영역으로 탈바꿈시키는 위력을 지녔으며 인간을 노예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게 된다.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점은 플랫폼 역시 웹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이런 사실은 독과점으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본은 동료 생산의 원리인 오픈소스로 성장했으므로 어느 정도 공익성을 추구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누군가는 사익을 위해 양심을 버리지만 누군가는 공동체를 위해 양심을 걸기도 하니까.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다." 148쪽



아마존, 구글,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같은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영리하게 사람을 모으고 그 반대 급부에 있는 판매자를 유인해 몸집을 키우면서 시종일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를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고 있자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사용자 편의성에 맛 들인 사람들은 점점 일상의 대부분을 쉽고 편리함에 부당함이나 비윤리적인 것들까지도 포기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건 아닐까 싶은 우려도 든다.


또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안전 자산으로 만들어주는 은행의 변신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드만삭스의 워런이나 보이지 않는 DBS은행의 부상, BoA의 에리카 등 AI 기반의 플랫폼 방식은 기존 은행이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중심의 앱에서 제공하는 플랫폼 방식에 적응하기란 좀처럼 스마트해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위험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한데 어찌 보면 이미 거대 공룡이 돼버린 이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규제나 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 편향적인 뉴스를 전면에 걸면서 여론을 휘두를 힘을 가진 그들을? 이들이 공공성의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 한 플랫폼 기업들이 스스로 독점과 횡포에서 벗어나는 것에는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이 책은 마약이다. 플랫폼에 많은 관심이 없더라도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 없다. 무심히 구매한 상품의 호불호를 후기로 남기는 일이나, 책을 읽고 이렇게 기록처럼 쓰고 있는 리뷰 같은 일들이 어떻게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지처럼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당장 우리가 직면한 포스트 자본주의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통찰 덕에 밤을 새우고 말았다. 가장 친절한 안내서라더니 그것을 뛰어넘는 일상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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