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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심리] 때려치우기의 재발견 -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할까

by 두목의진심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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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자기중심'의 감정을 다룬 책을 연이어 읽었다. 읽다 보니 이전 책과 내용이 너무 비슷하다 싶어 저자를 확인하니 역시 같은 인물이다. 같은 분야의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내용으로 엮어 낸 저자의 역량이 대단하다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상담사인 자신의 30년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자기중심의 심리학'이란 영역을 만들어 냈다고 하면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데서 오는 자괴감은 개나 줘버리고 자책하지 말 것을 권한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안 되면 말고'를 가훈으로 내걸었다던 박찬욱 감독의 현명함이 새삼 놀랍다. 그는 30년 상담을 안 해도 알아챈 것이 아닌가.

 

내용과는 별개일진 모르지만 그냥 넘기자니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안 되겠다. 아무리 저자의 입장이라도 과거 사무라이 시대 살육을 통해 피의 정복을 일삼던 민족이 할 말은 아니다. 오죽하면 자결도 할복으로 할까. 암튼 그런 민족이 "일본인이 온화하고 순종적인 성격"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상담의 사례를 소개하며 타인중심과 자기중심에 대한 차이와 알아챔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처럼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타인 중심인 반면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처럼 자신의 바람이나 욕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자기중심이라고 한다. 여기에 귀여운 일러스트를 곁들여 쉽게 설명하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자기중심적 태도는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정도 되겠다.

 

 

오호, 재밌다. '뭘 하든 3년'이라는 시한부는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1997년에도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제주도로 이민을 갔던 2005년에도 "외지 사람이 제주도에서 3년을 버티면 평생 살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째서 3년의 시한부가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게다가 일본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흥미롭다. '3'이라는 숫자의 비밀일까?

 

아무튼 무슨 일이든 일 자체에 뚜렷한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어중간한 느낌을 갖지 않도록 장기적이거나 장황한 것보다는 짧고 구체적인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욕실 청소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욕실 청소만 끝내면 된다. 다른 곳도 거슬린다고 굳이 여기저기 청소하려다 사지 육신의 고통을 맛본 후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작심삼일도 긍정하면 '고작 삼일'이 아닌 '삼일이라도 했다'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참 마음에 드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작심삼십일이 되는 날도 올지 누가 알겠는가.

 

 

취미는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꾸준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매번 중간에 그만두면서 자책하게 된다. 사실 올해 중학생이 된 우리 아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 녀석은 태권도, 우슈, 유소년 축구, 바둑, 수영 등등 시작한 건 많은데 오래 꾸준히 한 게 없다. 그런데도 자책은커녕 당당해 하니 내 입장에서는 분노 게이지가 끝을 모르고 치솟아 뒷목 잡게 된다.

 

어쨌거나 저자는 자책하지 말고 이런 상태에서 심적 부담을 털고 그냥 흥미가 떨어지면 이런저런 눈치 보지 말고 쿨하게 집어치울 것을 장려한다. 하기야 나도 그러긴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이 XXX!"

 

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애쓰면 뇌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한심한 인간은 더더욱 아니라고 저자는 위로를 듬뿍 전한다. 한편 역설적으로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계기는 당연히 제대로 그만두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실 여태 꾸준할 필요 없다고 하다가 자연스럽게 꾸준하게 하는 방법이라니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꾸준하게 하기 위해 잘 그만두라는 건지, 아니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애초에 꾸준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건지. 좀 애매하지만 반박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 "'지금'에 집중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달리는 차 대시보드 위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방향제처럼 그렇게 된다. "게임에 열중하면서 라면을 먹어봤자 뭔 맛인지 모르지만 하던 게임을 잠시 멈추고 라면을 먹으면 온전히 라면의 맛을 느낄 수 있다"라는 예시는 기똥차다. 온전히 '지금'에 집중하는 일, 분명 우린 그게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 역시 자기 신뢰를 통한 자기중심의 감정을 인내, 취미, 사랑, 관계를 통해 전달한다. 특히 자기신뢰가 높은 사람은 불쾌할 수도 있는 상대방의 말을 "그건 네 생각이고" 혹은 "너나 잘하세요"라며 감정을 다치지 않고 쉽게 넘길 수 있다고 하는데 공감된다. '끝까지'라고 목숨 걸어야 하는 것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삶의 자세를 다르게 바라볼 여유를 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봐왔던 여러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인내나 꾸준함, 성실이나 노력 같은,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잘 때려치우는 게 현명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니 오늘부터라도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근데 꾸준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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