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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2

[소설] 반려동물 집사 필독서 - HUBRIS, 휴브리스 묘한 제목에 끌렸다. '나를 찾아 달'라는 부제 역시. 제목 풀이를 보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의 신을 향한 오만함으로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결국 다른 대륙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스터리 소설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동물이 인간의 언어를 알게 된다면? 이란 상상력으로 탄생한 통역기 같은 MLF은 흥미롭지만 줄곧 '어떤 질문을 할지'로 귀결되는 내용이나 찬반 토론의 논리의 수준은 좀 빈약하게 느껴져 살짝 김빠진다. 게다가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 인간들이 좀 배려하고 노력하자"라는 유기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패널로 등장하는 인물의 말은 이미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한 시혜다. 또, 좀 더 키우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나 말을 잘 듣게 만들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 2024. 2. 22.
[소설] 죽느냐 사느냐의 경계, 사자 츠나구 1 아, 사자가 그 사자였어?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영화 의 원작이라는 것도. 죽은 자와 산자의 교감이라니, 애니메이션 의 모티프인가? 암튼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일본 차세대 대표 작가로 알려진 츠지무라 미즈키의 2011년 작품으로,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 츠나구가 만나는 5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2012년에 상영됐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게 엄청 짜릿 하다. 거절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는 거라니. 역시 만남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아." 42쪽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출발선이 모두 달라서? 지금 세.. 2023. 7. 27.
[소설] 이래 봬도 대학 나온,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출판사 문학과 지성의 소설 명작선 네 번째 책이자 에서 선정한 책. 70년 대 산업화에 밀려 민주화가 가려진 세상, 그 중심에 성남이 있다. 서울 변두리에서 내쳐진 사람들이 내몰린 곳. 그들이 원주민 사이에서 스미고 버티며 일궈내야 했던 절망의 삶이 등장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 속에 유년을 보냈던 내 어린 시절도 함께. 첫 이야기 .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머릿속을 헤집었다. 전후 아니 전쟁 중에 전쟁보다 더 치열했던 삶과 죽음을 업고 있던 '그'의 이야기가 아팠다. 윤봉이의 모자란 삶이 그랬고 죽음이 그랬다. 그리고 오롯이 그런 윤봉이를 업고 있어야 했던 모두의 삶이 그랬다. 아팠던 시대가. 그 웬수같던 전쟁이. 아, 은 기분을 순간 얼려 버렸다. 영순이 그토록 자부심 휘날리는 곳을 살 만큼.. 2023. 6. 28.
[소설] 북샵 저자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에 영화화도 된 작품이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요즘 통 영화도 보지 못해 더 마음이 동했다. 소설의 배경이 2차세계대전 후 영국이라는 점이 얼마 전에 읽은 이 생각났다. 꼬나 몰입도 높았던 책이었는데 이 책은 어떨까 싶었다. 내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중년 여성, 플로렌스의 지역사회 정착 고군분투기 같은 이야기다. 정치적이고 사회적 관계망의 차이를 플로렌스의 일상에 녹여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지붕이 반쯤 무너지고 오랫동안 방치되고, 거기다 래퍼로 불리는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폴터가이스트라는 귀신이 상주하는 올드하우스에 책방을 열려는 플로렌스 그린은 은행으로 대출을 받아 올드하우스를 적당히 수리한다. 거처를 옮기고 책을 들여 놓자 마을.. 2022. 9. 2.
[소설] 런던의 마지막 서점 중간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책은, 과연 제대로 집중하고 나니 그레이스가 도저히 벗어날 틈을 주지 않았다." 153쪽 그레이스에겐 이 그랬고, 지금 이 순간은 이 책이 날 그렇게, 벗어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러다 날밤을 샐지도 모른다. 백화점에서 일하기 위해 추천서가 필요했던 그레이스에게 프림로즈 힐 서점은 6개월이라는 한시적 보조 점원에서 애착 가득한 사랑스러운 공간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의 등대로 낭독의 공간으로 버티며 런던의 마지막 서점을 넘어 에번스 앤 버넷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는 읽는 내내 심장을 뛰게 한다. "소리 내서요?" "부탁해요." 독일 나치의 무자비한 공습이 이어지는 순간, 서점과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소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여야 했던 순간이기도 했던 .. 2022. 5. 2.
[문학] 시소 첫 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시와 소설의 콜라보 거기에 인터뷰까지. 12명의 작가와 평론가의 이야기가 담긴 독특한 구성의 책을 받았다.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기다리던 군침 도는 음식을 앞에 둔 심정이 된다. 문학을 가성비로 비유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치자면 갑이려나. 시와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라지만 육아에 대한 동지애가 사랑에 대한 인터뷰로 넘나드는데 이리 진지할 수 있을까 싶어 읽으면서 두 초보 육아맘들의 하소연에 살짝 미소 짓게 된다. 이런 유쾌한 인터뷰는 마지막 하단 큐얼 코드를 통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랑은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보고 배워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2쪽, 인터뷰 안미옥×김나영 시인에게는 미안한 말일지 모르지만 인터뷰를 읽고 다시.. 2022.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