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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북샵

by 두목의진심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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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에 영화화도 된 작품이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요즘 통 영화도 보지 못해 더 마음이 동했다. 소설의 배경이 2차세계대전 후 영국이라는 점이 얼마 전에 읽은 <런던의 마지막 서점>이 생각났다. 꼬나 몰입도 높았던 책이었는데 이 책은 어떨까 싶었다.

 

내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중년 여성, 플로렌스의 지역사회 정착 고군분투기 같은 이야기다. 정치적이고 사회적 관계망의 차이를 플로렌스의 일상에 녹여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지붕이 반쯤 무너지고 오랫동안 방치되고, 거기다 래퍼로 불리는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폴터가이스트라는 귀신이 상주하는 올드하우스에 책방을 열려는 플로렌스 그린은 은행으로 대출을 받아 올드하우스를 적당히 수리한다. 거처를 옮기고 책을 들여 놓자 마을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올드하우스에 예술센터를 설립할 계획으로 그동안 정치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에게 물밑 작업을 하던 마을 권력의 중심인 바이올렛 가맛에겐 존재감 없던 플로렌스는 눈엣 가시다. 책방을 연 이후에도 가맛의 지속적으로 회유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플로렌스는 영리한 크리스틴과 꿋꿋하게 꾸려나간다.

 

외딴 습지의 홀트하우스에서 두문불출하는 명문가 출신 브런디시는 마을에서 미미하지만 영향력이 있어 플로렌스를 지지하지만 가맛은 예술 센터의 욕망을 버리지 않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법안까지 바꿔가며 올드하우스에서 플로렌스를 몰아낸다.

 

구태여 걱정 속에 파묻힐 필요는 없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라고 당차게 외딴 바닷가 마을에 책방을 열겠다는 플로렌스의 포부는 바람뿐이었을까. 결국 가진 자에 밀려 나버리는 결말이 허탈했다. 게다가 브런디시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기운 빠지게 만든다.

 

 

뭐랄까.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지만 플로렌스와 가맛의 정치적 대결 구도는 흐릿하고 몇몇 등장인물이 있긴 하지만 스치듯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적 힘에 힘없는 약자는 굴복 당하고 주민들은 그런 부당한 일에 동조 혹은 관조한다. 반세기 전의 일이지만 현대에도 비일비재하는 일이라서 놀라울 것도 없어서 화도 나질 않았을까.

 

결말이 우울한 소설이 오히려 새롭다. 영화를 봐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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