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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by 두목의진심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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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라는 부정적 단어가 노동에 붙으니 그동안 쓸모에 대한 가치 척도로 주요했던 노동이 새롭게 느껴진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으로 가치를 부여하면서 '노동은 신성하다' 던 칼 마르크스가 어쩌면 뻘쭘해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과연 노동의 재해석은 가능할까. 그리고 의미 있는 반성을 하게 될까? 그것도 주기적으로 말이다.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두 저자가 제시하는 빈(가짜) 노동의 의미가 적잖은 기대감을 주는 건 왜일까.

 

"우리 문명의 위대한 진보, 위대한 예술 작품과 기념비적 과학 발견은 노동자들이 아닌, 여가라는 사치를 즐기는 계급에서 비롯됐다. 고대로부터 문명과 교양 있는 개인을 만들어 낸 것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였다." 35쪽, 지나친 노동량

 

근 70년, 저 브로드 에이커 시티를 상상해낸 시대, 미래 예측과 관련한 강연에서 케인스와 러셀이 예측한 미래는 짧은 노동 시간과 풍족한 여가 시간은 도래할까? 그는 2030년이면 노동이 불필요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넘치는 여유 시간을 현대인은 걱정하며 살고 있을까? 이 말에 킹받는 사람들이 적잖이 존재할 테다. 나 역시 그렇고, 그들은 그렇게 넘치는 것은 고사하고 조금의 여유 시간이 있었으면, 하며 허덕이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저자들은 17~18세기 산업화로 수공업에서 자동화로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사무실로 장소를 바꿨으며, 이들 사무직은 가짜 노동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유명 작가들은 사무직에 대한 유용성을 의심했는데, 이유는 그게 '진짜 일'이냐고 제시 했다는 것이다.

 

한데 나 역시 사무직으로 분류되는 직업이다 보니 예사로이 넘길 수 없는 지적이기도 하고, 일과를 돌아 보면 한편으론 뜨끔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현대 사회의 집약적 노동과 그에 따른 전문가 양산에 과잉 교육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관점은 흥미롭다. 어쩌면 적당한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현대는 학위를 무턱대고 요구하는 건 아닐까, 저자의 '지나친 교육'이란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교육을 사업으로 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74쪽, 텅 비어가는 노동

 

"만일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10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10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일에 25시간이 주어진다면 놀랍게도 그 일은 결국 25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기만적이거나 의도적으로 속이려 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업무는, 써야 하는 시간에 비례해 중요성이 증가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127쪽, 가짜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어쨌거나 바쁜 게 일상인 '척' 해왔을지 모른다는 자각을 하게 하면서, 이 책은 산업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노동이라는 개념과 변화를 다루면서 현대 사회에서 과거와 다르게 변질(?) 되는 노동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게 노동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하는 게 흥미롭다.

 

343쪽, 변화를 위한 우리의 전략

 

저자들은 우리가 왜 진짜 노동을 찾아야 하고 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제시하면서 숙고하게 만들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연 우린 진짜 노동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어쩌면 찾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의미로는 나의 노동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해 의미 있고 재밌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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