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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by 두목의진심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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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그러려던 건 아니다. 그런데 제목은 곰곰이 내 결혼 생활을, 아내를 그리고 나를 훑어 내려가게 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 앉는 느낌이다.

 

중국의 모 영화사 부사장에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그리고 예민한 편인데 좋아하는 일이 '듣는' 것이라는 그의 소개 글이 흥미롭다. 보통 예민하면 듣는 건 고역이지 않나? 순간 이것도 편견인가 싶긴 하지만.

 

"사랑은 포기해도, 품위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29쪽, 품위와 결혼하다

 

사랑을 포기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어쨌든 시작부터 그에게, 아니 그의 남편에게는 있는 것이 내게는 없다는 것을 확인받는 거 같다. 그가 말한 품위의 구분선 중에 다행히 있는 것도 있는데 나는 왜 별반 품성(인성)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아마 나는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과 쉽게 흥분해서 지랄까지 하는 게 아닐까. 근데 과거 한량들이 놈팡이라고 욕을 좀 먹었던 걸 보면 품위는 있는데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그것도 못지 않게 곤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사랑만 먹고 못 사는 것처럼 품위만 먹고 어찌 살겠는가.

 

 

빠르게 읽히던 내용 중에 사랑은 파티, 라던 나연의 이야기에 살짝 감정선이 흔들렸다. 나연도 '너라면 너랑 결혼할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흔쾌히, 자신 있게 예스라고 했을까? 진심, 묻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다. 역시 중년의 꼰대스러움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연의 사랑과 결혼관은 불편했다. 사랑하는 것과 결혼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속 주인공이나 사연은 딱히 중국이라는 배경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읽는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만나온 사람들 속에서 깨닫는 삶의 통찰은 대부분 공감하게 된다.

 

그런 반면,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에서 멋들어진 할머니 이야기 뒤에 고작 명품 백을 가지고 패배의 가치와 묘미를 조언하는 건 좀 싼 티 난다. 물론 그 속에 든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품 백이라니, 좀 거시기 하다.

 

"진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어라 버티는 사람만 있을 뿐." 156쪽,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156쪽,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타인의 말, 그게 푸념이든 분노든 슬픔이든 경청하고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공감 능력자라 생각했는데 그의 말대로 관점을 조금 틀어보니 결국 감정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역시 타인을 공감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순간 퇴근 후 밥상 머리에서 한참을 불평불만을 아내에게 쏟아내는 내 모습이 떠올라 아내에게 미안해졌다.

 

166쪽, 인생은 아름다워

 

여기저기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문장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렇게 살길 바라며 사는 건 아닐까 싶은. 그리고 왠지 모를 울컥함에 글자가 흐릿해져 버렸다.

 

"다른 사람의 하늘이 무너질 때 네가 받쳐줄 수 없다면, 그저 눈 감고 못본척 하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 195쪽, 서로를 위해 관심 끄기

 

이 책은 생각해 보면 고단한 세상 살이를 좀 더 가볍게 만드는 비법이 잔뜩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이왕 사는 거라면 따뜻한 가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담뿍 담겨 읽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가볍게 읽기 딱 좋은데, 그것 말고도 여러 미사여구를 덧붙여 주고 싶은데 똑 부러지게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리 해보자면 인간 관계에서 뭐가 중헌지 깨닫게 한달까. 참 좋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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