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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우리말 사용

by 두목의진심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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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어떤 말들은 그냥 괜찮은 것도 아니고 분명 '전혀' 괜찮지 않다. 알고 있으면서도 관성적으로 쓰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던 말들. 표지를 유심히 보다 깨닫는다. 나 역시 혐오와 차별에 무지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 건지.

 

혐오와 차별에 '장애'는 빠질 수 없는 담론이지만 이 책은 많은 분량을 할애해 심도 있는 논점을 제시하는 데 눈을 뗄 수 없다. 어쨌거나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환경적 인식의 문제라는 점은 확실하다.

 

당사자 이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맛집 탐방의 권리는, 나 또한 입구의 턱으로부터 거부당한다, 고 생각 했다. 그래서 지역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요청해 복지관(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인근 상점에 경사로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사업을 2017년부터 해오고 있다. 말 그대로 당사자 스스로 불편을 없애보고자 나선 모양새였다.

 

그런데 상점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런 거(경사로) 없이도 장사 잘 해 왔다, 우리 집엔 장애인은 안 와도 된다, 라는 태도였다. 굳이 없어도 되는 걸 설치해 불편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식인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불편해 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이 무거웠다.

 

'파행', '반팔 티', '출산과 출생' 등등 무심코 썼던 말들에 이렇게 심각한 차별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줄 어찌 알았을까. 책장이 넘어가는 만큼 놀라움도 커졌다.

 

61쪽, 그 말에 상처 입는 누군가가 있다면

 

또 정신장애에 대한 그의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되는데, 우린 뭐든 강하고 쎈 걸 추구하려는 의식에 빠진 게 아닐까 싶었다. 화가 많이 나거나 뭐가 잘 안 풀리면 '돌겠다' 라거나 요즘처럼 덥다는 말로 해결이 안 될 정도에는 '미치게' 덥다 라고 상황을 극대화 하는데 자연스럽게 정신적 질환을 끌어 오고는 하니까 말이다. 그의 지적을 보면서 한참 반성하게 된다.

 

게다가 장애를 '극복'이 아니라 '인정'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적확하다. 그래서 장애를 극복해서 메달을 딴 것이 아니라 그만큼 노력해서 성취한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노력한 후 얻는 결과는 누구나 박수 받을 일이다. 거기에 장애가 있고 없고는 상관없다.

 

관련해 며칠 전, 생활 정보 프로인 <생방송 오늘 저녁>(MBC, 2022.08.08 방영)에서 숲 놀이터를 운영 하는 가족을 소개했다. 방송은 숲속 높은 나무에 오르고, 줄에 매달려 스윙 그네를 타고, 상당한 높이에서 점프를 하는 12살의 소녀를 주목했는데, 시범조교라는 이 소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한데 영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가족에 대한 신뢰와 재미에 다 잊는 것처럼 보였고 그런 시범을 담당하는 위험을 걱정하는 PD의 질문에 이모부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영래가 하면 세상 사람이 거의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영래가 기준이 된다."

 

진짜 그렇다. 장애인에게 편한 세상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장애인 활동가들이 피와 땀으로 지하철 곳곳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처럼 말이다. 이처럼 계단보다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어지는 성폭력, 추행과 관련해 데이트 폭력을 좀 더 범죄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와 적절한 표기 등 젠더 혐오 표현을 공감하게 한다. 그리고 존재 자체가 부정 당하는 혐오의 표현들이 이어지는데 그럼에도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낮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다문화'나 '불법 체류자' 등 한국으로 이주한 사람이나 체류 중 출생한 2세들을 향한 차별적 표현 역시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실상은 마늘 냄새 폴폴 풍기는 곰의 핏줄임에도 나 또한 백의민족이나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배우며 자라지 않았던가.

 

196쪽, 단일민족, 순혈주의가 소외시키는 것들

 

책장을 덮는 지금, 추천사에 '흩어져 힘을 잃을 수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 라는 표현을 다시 찾아본다. 또 '배제되고 혐오 받는 집단에 소속된 경우가 아니면 알아채기 어렵다' 라는 말 역시 그렇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으면 자칫 타인의 처지를 알아채기 어려운 말과 표현을 곱씹게 한다. 그러하기에 그가 맺음말에서 한, 언어는 차별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차별의 결과물이다, 라며 '공동체의 감수성이 문제의 핵심'이라 지적한 말은 적확하지 않을까.

 

내용 초반 일부 작가의 편협한 자기 주장이 담겼음에도 혐오와 차별이 일상이 된 요즘 끼고 다녀야 할 찐 어학 사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더 많은 말들이 채워진다면 오히려 사회는 팍팍해졌다는 반증이겠지만 그럼에도 더 많은 지적을 응원하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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