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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23

[육아] 찐 육아 에세이 - 좌충우돌 아빠의 일기장 나는 두 아들은 아니지만 둘,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아들 수를 이겨낼 만큼 강력한 아들이 있다. 게다가 MBTI가 공감형인 F 이긴 하지만 소문자라서 공감 능력이 떨어져 내 육아의 세계는 하루하루 현타에 시달리는 시간일 뿐이다. 표지에 '세상 모든 부모'를 걸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길래 '이 양반도 어지간히 고단했구나' 싶어 마음이 심히 동했다. 나는 아들을 아들이라 호칭하지 않고, 따뜻한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옆집 남 대하듯 한지 오래다. 이 정도 해야 쌍욕을 날리지 않고 얼마간 인격적 대우를 할 수 있다. 상대는 평온한데 그로 인해 나만 혈압 터질 지경으로 게이지를 올리고 스트레스 최고치로 끌어 올려봤자 내 수명만 단축된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다. 백세 시대, 기네스북 등재를 노리진 않.. 2024. 2. 14.
[에세이] 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지고 - 여자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적인 이야기 와! 대박! 이리 간결하고 멋들어진 감정 표현이! '그지 같다'라며 출판사를 멕이는 강단에 제목만큼이나 이 책이 너무 흥미로워졌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면 오버스러운가? 정신을 놓고 단어의 꼬리를 물며 읽다 아내의 부름 소리가 귀에 날카롭게 박혀 번쩍 깬다. 어딜 읽었고 어딜 읽어야 하는지 당황한다. "유두가 가슴의 전부인가. 유두를 감춰도 출렁거림과 풍성함은 감출 수 없을 텐데. 미소한 일부가 전체를 압도할 수 있는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그 사람을 대표하니까." 31쪽 나는 이 대목에서 유두가 아닌 휠체어가 떠올랐다. 이런 특징으로 규정되는 게 소수자니까. 여성성을 거침없이 표현한 데서 마치 정체성을 부여받는 장애인이 도드라진다. 부끄러울 것도 없는 그 특징은 별반 다를 것도.. 2021. 12. 22.
[경제·경영] 2022 한국경제 대전망 합종연횡(合從連衡), 횡과 종으로 연합한다. 혹은 약자가 연합하여 강자에게 맞서다. 출전: 사기(史記) 현실은 뜻과는 살짝 다르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심기라는 게 속뜻이다. 중국을 견제하자고 미국이 유럽과 손을 잡는 모양새라니. 경제를 일도 모르는 경린이인 나로서는 프롤로그만으로도 의미심장 해진다. 한편 중장기나 프로그램 기획에 지겹도록 봐왔지만 제대로 분석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 스왓(SWOP) 분석을 국가 경제에 적용한다는 것도 재밌다. 내용은 4부, 에필로그를 포함 27개의 국내외 전망을 다루고 있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사이 한국의 숨통은 어디로 트일 것일지 진단하는 내용이 길게 이어진다. 이어 코로나19 시대의 불확실성은 현물 시장이 아닌 금융 시장으로 몰려가는데 그 돈의 흐름.. 2021. 11. 19.
[소설/낭독리뷰] 검은 모자를 쓴 여자 제목만큼이나 시커먼 표지에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묘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역시나 소설은 활자에 생명력이 있는 듯 독자의 호흡을 잡아끌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이유로든 민의 불안은 내게 전염된다. 숨죽이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메모하는 걸 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찐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최소한 최근에는.​ 평온한 날들이라는 믿음과는 다르게 민의 정신세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은수의 죽음 이후 기이한 일들은 민을 괴롭히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민과 남편, 민과 까망이를 둘러싼 이 미스터리한 관계에 집요하게 파고들더니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고 종교와 철학을 탐미한다. 심지어 난해하고 심오하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내가 거기.. 2021. 10. 20.
[자기계발/낭독리뷰] 일터의 문장들 - 지속가능한 나를 위한 현장의 무기 찡하면서도 기뻤다. 프롤로그에 할 수만 있다면 여생을 마음껏 탕진하고 싶을 만큼 충분히 게으를 준비가 되어 있다, 던 저자의 말이 내 마음과 똑같아서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은퇴를 될 수 있는 한 저 멀리 밀쳐놔야 한다. 노후 준비는커녕 6살 터울 진 애들의 뒷바라지가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들이닥쳤다. 양육의 시시포스가 된 것처럼 힘겹다. 분명 인생을 송두리째 공감받은 것처럼 울컥함이 밀려들었는데 어라? 읽다 보니 '영감을 받아 더 일하'라는 거여서 심히 당황스럽고 헛헛해졌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세계에서 제일 게을러질 수 있는데 분명 그런데 그러자니 책을 덮어야겠는데 근데 그게 저자의 문체가 내가 딱 좋아하는 시크와 솔직의 경계라서 그러기도 아쉽다. 조금만 더 읽기로 한다. 조금 더 일해 보기로 .. 2021. 9. 20.
[인문/낭독리뷰]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 ADHD, 아스퍼거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이 책은 미국 양육활동가이자 작가로 발달장애인인 자신의 아이와 보다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부모들과 함께 틸트 페어런팅(TiLT Parenting)을 설립,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실천적 양육법을 전파하는 데보라 레버의 양육 에세이다. 장애인복지관에 있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다른' 아이가 많다 보니 그렇지 않은 아이가 되려 '다른' 아이가 된다. 이 책은 이처럼 다른 것에 대한 기준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언제쯤이면 타인에게 우리 아이가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까 싶다. 깊은 한숨부터 내뱉고 읽게 된다. 옮긴이의 말이 책 말미가 아닌 서두에 있는 이유를 알만하다. 어쩜 이리 조목조목 옳은 말만 하는지 울컥하지 않을 .. 2021.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