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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낭독리뷰] 검은 모자를 쓴 여자

by 두목의진심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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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시커먼 표지에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묘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역시나 소설은 활자에 생명력이 있는 듯 독자의 호흡을 잡아끌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이유로든 민의 불안은 내게 전염된다. 숨죽이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메모하는 걸 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찐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최소한 최근에는.​

 

평온한 날들이라는 믿음과는 다르게 민의 정신세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은수의 죽음 이후 기이한 일들은 민을 괴롭히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민과 남편, 민과 까망이를 둘러싼 이 미스터리한 관계에 집요하게 파고들더니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고 종교와 철학을 탐미한다. 심지어 난해하고 심오하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내가 거기 있었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했을 뿐이야.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143쪽

 

왜 구멍 가게 노인의 말이 떠나질 않는 건지 모르겠다. 선과 악, 순수와 타락, 이성과 감정…인간이 태초부터 갖게 된다는 원죄를 둘러싼 질문들 그리고 심판의 날 그건 분명 복수는 아닐 것이다. 민은 심문관이 된 것일지도.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라 꺼내는 순간 결정되는 거예요." 213쪽

 

처음부터 집안은 혹은 가족의 경계가 민의 영역이었는지 순간 흐릿해졌다. 새벽 2시, 민이 헌 옷 수거함에서 검은 모자를 쓴 순간 모든 것은 믿을 수 없게 됐다. 본 것을 믿는 것인지, 믿는 것을 보는 것인지 진실을 진실이라 믿을 수 있을까.

 

 

결국 민은 자신의 존재를 먹어치우는 우로보로스였던가.​​ 민과 흰나비를 마주한 순간 어쩌면 뻔함 혹은 유치할 감상일지 모르지만 소름 돋고 한기가 들었다. 강렬한 소설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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