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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과학/낭독리뷰]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

by 두목의진심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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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환경이나 생태에 미안한 마음으로 관심만 쏟는 편이라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은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 애쓰는 4명의 기업인을 만나 인터뷰한 통찰의 기록이며, 저자의 표현대로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생명을 살리는 기술과 만나면서 펼쳐지게 될 시장의 마술"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깊이가 있다.

 

지구 생태계, 거창하게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저 환경만 꺼내도 참 미안해진다. 집과 회사에 손만 뻗으면 잡히는 텀블러가 천지빼까리인데 굳이 종이컵을 사용한다. 핑계를 대자면 불편한 손으로 설거지가 힘들다는 이유지만 실은 귀찮은 게 더 크다. 그래서 불편해하면서도 관련된 책은 찾아 읽는 편이다. 뭔 마음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모인다. 이런 현상에 광장 거리에 쏟아지는 쓰레기와 컴퓨터와 주변기기 운용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를 따질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와 결이 같은 이야기를 저자가 하니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과연 지구 생태는 안전한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인간과 기술의 생명, 어스 Earth4.0 <제4차 지구>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포문을 열었다. 솔직히 어려운 주제지만 기대된다.

 

최첨단 공업의 최전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동차에서 먹고사는 문제의 본질인 농업 최전선으로 방향을 뒤집은 마이셀프로젝트 대표 사성진의 이야기는 '100억 인구를 먹여 살릴 프로젝트'가 키워드로 첫 번째 인터뷰를 시작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 <우리가 날씨다>를 언급하는 내용을 읽다가 문득 그때 읽었던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전 지구적 재앙'을 떠올린다. 그때 기후 문제에 우리가 탐하는 고기(축산업)가 중심에 있었고, 또 곧 불어닥칠 물 부족을 경고하던, 그래서 위기감이 치솟아 종이컵은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한데 앞서 밝힌 것처럼 실천은 작심일주일에 그쳤다. 그때의 부끄러움이 밀어닥쳤다.

 

사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 '인공'에 대한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다. 자연에 사람의 손을 탄 것이 인공이며, 이 인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워진다는 말과 함께 인공 수정을 곁들여 인공 고기와 인공 가죽의 설명은 설득 당하기에 충분하다. 그밖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미생물 기반의 단백질(육류) 생산이 가속화되면 공장식 축산에 필요한 사료 농장이 대거 사라지고 그 자리에 숲이 대체될 거라는 그의 예측은 의문이 든다. 그 광활한, 아이오와주의 13배나 되는 땅이 숲으로 될 리가 없잖은가. 인간의 탐욕이 그냥 숲으로 놔둘 리가 있을까?

 

 

자신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이지만 전통적인 농민과의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이 있다고 속내를 밝히는 사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농작물의 생산물로 정부 지원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알게 됐다. 그는 그런 제한적 지원이 아쉽다고 전한다. 전통적인 농업과 결을 같이 하는 스마트 팜과는 다르게 마이셀프로젝트는 농업 테크인 애그리 테크(AgriTech, Agriculture + Technology)로 구분된다고 설명하는데 왠지 공학적 기술이 접목된 농업이라는 자부심보다는 기존 농업과 섞이지 못하는데서 오는 아쉬움이 커 보였다.

 

"바다야말로 미래고 프런티어일지 모른다."라는 두 번째 이야기는 플라스틱 이야기다. 인간이 단 하루도 아닌 한나절도 이것 없는 생활이 가능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자연스럽게 실감된다.

 

 

바다에서 해답을 찾는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의 이야기는 놀랍다. 하지만 마냥 긍정할 수 없는 것이 바이오 플라스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기존 플라스틱 산업을 규제해서 그 틈을 비집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제한점이 있다고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 살자고 다른 사람 죽여야 하나?'라는 딜레마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미 플라스틱 빨대를 버리고 종이나 스틸 빨대로 대체해보자는 운동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생태운동의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가 '편리성'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지 인식이 뒤쳐서는 아니지 않을까. 숨 쉴 틈 없는 현대인들에게 설거지는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기피하는 일이라, 물론 이런 귀차니즘 자체가 인식이 뒤처지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한쪽을 규제하고 한쪽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은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지 싶다.

 

 

세 번째, 에너지의 변환을 꿈꾸는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의 가능성이 확신이 되길 희망한다. 그가 말하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선 기술과 운과 관계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에너지×로컬×파이낸스로 연결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앞선 마이셀프로젝트 서 대표도 지적하기도 한 대기업들의 '그린 워싱 Green Washing'을 같은 의미로 지적한다. 요즘 광고에 대기업들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관련 광고 제작에 열을 올리는 현상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듯해서 공감을 더한다.

 

한편 읽다 보면 소형 원자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아이언맨의 가슴팍에 박힌 아크 원자로가 생각났다. 그런 원자로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짧은 식견이지만 원자력을 무조건 반환경적으로만 접근할 것도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가?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제로로 가는 길에 정작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에코 기업들의 투자에 자연스럽게 참여시킬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기후변화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마지막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의 기계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 '인공 농민'은 귀농, 귀촌이 들불처럼 번지는 한국 농촌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살짝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열정뿜뿜하는 자신감과 이미 산악지형에 구동할 수 있는 로봇의 활약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없다. AI를 탑재한 심마니라니… 이제 산삼 값이 좀 내리려나, 기대된다. 그들의 첨단 기술 농업 발전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바람은 그저 환경을 되살려 지구를 보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너머 지구에 살아갈 후손들에게 지구에 처음 생명이 잉태되었을 때처럼 그대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심지어 인류가 빠른 속도로 직면하고 있는 멸종을 피하는 방법은 이 기후 재앙을 끝내는 일뿐이라는 단호하고도 확실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젠 모두가 더 이상 피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격하게 공감하고 끌림이 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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