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작가가 생소한 그림체로 일상을 나눈다. 몇 컷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짧은 글로 위로와 위안을 준다. 작가의 위트와 진지한 이야기에 살포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내 일상과 닮은 모습에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때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대책 없이 맞아야 했던 때처럼 우두커니 멈춰서 몇 번이고 또 읽으며 가슴에 담는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그 여정에 일상은 급수대일까?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를 두루 거치며 숨이 깔딱 넘어갈 때쯤 만나게 되는 급수대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인생이 마냥 힘겹거나 쉽기만 하다면 재미없겠지. 때론 변덕스러운 것 몇 개쯤은 있어야 활력도 되고 신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딱 자기 숨만큼만 있다가 솟아올라야 하는 해녀처럼 내 숨의 크기가 얼마만큼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쉰 하고도 두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숨을 참고만 있지 내뱉는 법을 몰라 하루하루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허구한 날 쉬고 싶다고만 하지 정작 쉴 틈을 내주지 않았던 내게 많은 생각을 준다.
"선택을 한 후에는 스스로의 선택을 믿어 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내 선택이었고 난 그걸 책임질 수 있다. 이런 담대한 마음을 담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150쪽
우린 한 치 앞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 내일, 일주일, 일 년 심지어 십 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그런데 작가는 때로는 그따위 것 집어치우고 '그냥'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머리 복잡하게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으니 그냥 해치우는 거라고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작가의 일상을 엿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 굴곡을 바라보게 한다. 또 심플한 그림이 공감을 더하게 하는데 펼치는 곳이 다 힐링 포인트일 지경이다. 편안한 그림일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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