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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낭독리뷰] 명작 스마트 소설: 시대를 앞서간

by 두목의진심 202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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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소설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짧은 소설을 앞으로는 그리 명명하겠다는 출판사의 다부짐이 엿보인다. 한데 창조적인 독자를 위함이라니 도대체 나는 어디서 창조를 얻어야 할지. 어쨌거나 내게 창조적 영감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좋아하는 카프카의 어떤 소설이 담겨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하아… 문 앞에서 입장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남자의 이야기는 순간 답답함이 치민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라는 것이 법인 것일까? 법의 문으로 성큼 들어가지도 슬쩍 들어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배회하다 그 문은 오직 자신에게만 열려 있던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남자는 이미 늙고 죽음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라는 사실이 허망밖에.

 

 

로드 던세이니, 그의 작품 <불행 교환 상점>은 판타지다. 마치 짧은 영화를 본 것처럼 눈앞에 상점이 펼쳐진다. 인간은 누구나 걱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누군가와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은 재미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바뀐 걱정이 새로운 걱정이 되니 그게 그거겠지만. 어쩌면 작가는 인간에게 걱정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 했을 수도 있겠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맞닥뜨린 남자에게 다짜고짜 집안 청소를 지시받는다. 처음에는 어이없다가 황당하고 항거하다가 어느새 말려든다. 남자는 처음에는 약간의 공손함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에게 말려들자 결국 하인 부리듯 말을 놓는다. 에이빈드 욘숀의 <어떤 이상한 만남>은 현대인들이 겪는 타인과의 수많은 관계에서 점점 일방적으로 무례해지는 모습을 꼬집는 건 아닌지, 아쉽게도 평설이 없어 내 맘대로 해석 놀이를 해본다.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버지니아 울프, 로드 던세이니 등 10명의 거장들의 짧은 소설을 몇 편씩을 담았다. 그리고 작가별로 한두 편의 평설이 뒤를 잇는다. 솔직히 소설은 대부분 어렵고 난해하지만 평설이 보통 그런 난해함을 해결해 준다. 그렇다고 이해한다거나 해석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저 약간의 시원함이랄까.

 

서문에 평설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라 했지만 그럴만한 깜냥이 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후루룩 읽어 내려가는 에세이가 아닌 이상, 그래서 평설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 않은 소설의 답답함이 조금 더 길게 이어져 버리면 명작이 왜 명작인지 모르게 된달까.

 

여하튼 책을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출퇴근 시간이나 짬짬이 한편씩 완독한다는 점에서 홀가분할 수 있겠다. 바쁜 일상에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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