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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낭독리뷰] 일터의 문장들 - 지속가능한 나를 위한 현장의 무기

by 두목의진심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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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하면서도 기뻤다. 프롤로그에 할 수만 있다면 여생을 마음껏 탕진하고 싶을 만큼 충분히 게으를 준비가 되어 있다, 던 저자의 말이 내 마음과 똑같아서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은퇴를 될 수 있는 한 저 멀리 밀쳐놔야 한다. 노후 준비는커녕 6살 터울 진 애들의 뒷바라지가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들이닥쳤다. 양육의 시시포스가 된 것처럼 힘겹다.

 

분명 인생을 송두리째 공감받은 것처럼 울컥함이 밀려들었는데 어라? 읽다 보니 '영감을 받아 더 일하'라는 거여서 심히 당황스럽고 헛헛해졌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세계에서 제일 게을러질 수 있는데 분명 그런데 그러자니 책을 덮어야겠는데 근데 그게 저자의 문체가 내가 딱 좋아하는 시크와 솔직의 경계라서 그러기도 아쉽다. 조금만 더 읽기로 한다. 조금 더 일해 보기로 한다.

 

인터뷰어답게 김미경 강사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인터뷰이들의 문장을 뽑는다. 뭐랄까 아주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전율이 돋는달까. 김미경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5년이란 시간이 앞당겨졌고 우리는 2025년을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미래로 휘청대는 나는 카운터펀치를 직빵으로 맞은 것 같았다. 여전히 아날로그에 허덕이는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휴먼서비스는 거리 두기에 휘청대며 대면 서비스가 기본이었던 돌봄을 무한대로 사각지대를 넓히고 나서야 돌봄은 멈추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데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대면 기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고민은 디지털의 기반의 시스템이 아니라 관리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더 시급하다는 게 문제다. 세상이 속도전이 된 것 같아 적응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린 포스트 코로나를 꿈꾼다. 요즘에서야 위드 코로나를 조금씩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예전과 같은 마스크 없는 삶을 꿈꾼다. 일상도 그렇지만 회사 역시 감시와 지시가 편한 예전의 시스템으로 회귀를 꿈꾸고 있는 관리자에게 저자의 일침처럼 '데이터가 있지 않느냐'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바꾼 사람들의 일상의 몸부림도 몸부림이지만 그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래진 하늘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걱정하면서도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서 썰매 타고 얼음낚시하며 놀던 그때의 하늘이 돌아온 것 같아 무지 반갑다. 어쨌거나 한쪽은 폭풍 성장하고 또 다른 쪽은 폭망하는 현실이 힘겹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그 나름대로 적당히 떨어져 살면 파란 하늘은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만난다고 진정성이 확인될까요? 태도 문제는 사회 문제예요. 내 눈앞에 있고 없고로 분별 못해요. 선악과 진위의 행태는 온(on)이냐 오프(off)냐가 아니에요. 진짜는 그냥 진짜고 가짜는 가짜예요." 55쪽

 

개인적으로 많이 헛갈리는 주장도 있다. 웨이브 콘텐츠 송길영 부사장은 현재는 '자기 콘텐츠'가 중요한 시점이고 그에 따르는 '진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그 와중에 이렇게 숨 막히는 속도에 어떻게 호흡하느냐는 질문에 "한 우물을 파"라는 대답은 그동안 이런저런 책에서 봐왔던 한 우물을 파다 보면 자기 무덤을 파게 된다는 맥락과는 많이 다르다. 튼튼한 본케와 다양한 부케가 필요한 시대라 생각했는데 그의 조언은 의외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직원들의 창의성을 원하면 조직 문화를 바꾸라고 강조한다. 안 그러면 퇴근 후에만 창의성을 발휘하게 될 거라면서,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우리가 딱 그 조직이 아닌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싶지 않다면 역시 답은 의견이 아니라 시장 데이터예요." 98쪽

 

아이디어만으로는 생각랜드(thoughtland)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구글의 구루,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뻑하면 새로운 생각들을 요구받는데 그와 관련한 구체화를 지원은 전무한 경우가 많은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전 필요한 데이터 수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하마터면'으로 함축되는 오류의 메시지는 잠깐의 희열을 위해 죽도록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공식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결국 뭐든 내가 잘 혹은 즐겁게 하려면 일터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다만 희열의 강약 차이에 따라 열심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래서 2장의 태도에 등장하는 장인 정신의 인터뷰이들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또 3장의 협업은 은근 자아비판을 강요받기도 했는데 내일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세대들 사이에서 상사가 아닌 동료의 입장에서 있다 보니 내 일과 네 일을 구분하며 살진 않았나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의 나다움은 더 말해 무엇하랴.

 

개인적으로 이 대단한 사람들 중에 선택의 순간에 대한 사브리나 코헨 해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갑작스럽게 세상에서 내쳐지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던 2년간의 노숙생활을 경험한 소방대장이면서 심리학 박사인 그가 선택하는 위급한 순간의 결정적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는데 목표와 행동 예측을 거쳐 혜택과 위험을 신속하게 결정하는 그의 '결정 제어 프로세스'가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이 책은 삶의 명료한 방향과 일터,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고 버무려진 자신들만의 문장들을 가진 18명의 인터뷰어들의 인생이 환경, 태도, 협업, 자아라는 그릇에 담았다. 그렇게 저자는 그들의 문장을 모아 새롭게 정리하면서 독자에게 깨달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낼 문장 역시 기대하게 만들며, '일'에 대한 가치관을 리부트 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그래, 이제 당신은 어떻게 일 할 것인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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