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음과모음9

[문학] 시소 첫 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시와 소설의 콜라보 거기에 인터뷰까지. 12명의 작가와 평론가의 이야기가 담긴 독특한 구성의 책을 받았다.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기다리던 군침 도는 음식을 앞에 둔 심정이 된다. 문학을 가성비로 비유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치자면 갑이려나. 시와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라지만 육아에 대한 동지애가 사랑에 대한 인터뷰로 넘나드는데 이리 진지할 수 있을까 싶어 읽으면서 두 초보 육아맘들의 하소연에 살짝 미소 짓게 된다. 이런 유쾌한 인터뷰는 마지막 하단 큐얼 코드를 통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랑은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보고 배워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2쪽, 인터뷰 안미옥×김나영 시인에게는 미안한 말일지 모르지만 인터뷰를 읽고 다시.. 2022. 3. 1.
[소설/낭독리뷰] 검은 모자를 쓴 여자 제목만큼이나 시커먼 표지에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묘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역시나 소설은 활자에 생명력이 있는 듯 독자의 호흡을 잡아끌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이유로든 민의 불안은 내게 전염된다. 숨죽이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메모하는 걸 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찐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최소한 최근에는.​ 평온한 날들이라는 믿음과는 다르게 민의 정신세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은수의 죽음 이후 기이한 일들은 민을 괴롭히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민과 남편, 민과 까망이를 둘러싼 이 미스터리한 관계에 집요하게 파고들더니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고 종교와 철학을 탐미한다. 심지어 난해하고 심오하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내가 거기.. 2021. 10. 20.
[철학/낭독리뷰] 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학창 시절 오타쿠라고 하면 약간 맹목적으로 한 가지에 빠져 있는 또라이라고 치부돼서 살짝 부정적이었던 인식이 이제는 덕후가 되고 인식도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사유가 철학이라던데 자음과 모음에서 이런 답도 없는 질문과 덕질을 일삼는 덕후를 콜라보 해서 청소년 인문 시리즈로 펴냈다. 흥미로워 서평단에 참여했다. 한데 저자의 이력을 보고 좀 더 흥미로워졌다. 자고로 덕후란 하나에 꽂혀 집착에 가까운 성격파탄에 이르는 거라고 여겼는데 저자는 장르 구분 없이 아주 다양한 덕질을 해왔다고 하니 어디까지를 덕후고 덕질로 봐야 하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저자는 철학에 대한 궁금증으로 덕질을 시작했고 사유할수록 어려워지는 철학의 현상을 쉽게 표현하고자 그림으로 덕.. 2021. 6. 25.
[사회/낭독리뷰] 이면의 도시 궁금하다. 몇 페이지 읽는 동안 기술의 이면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짐작됐다. '길'로 시작한 아날로그가 GPS로 축약되면서 디지털화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 될 때 그것들의 지배력에 압도되리라는 예측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도대체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 프로젝트란 뭘까? 시작부터 2008년 촛불 시위의 도식화, 아니 별자리처럼 빛나는 촛불 자리까지 책의 절반을 읽는 동안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가 뭐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안에서 그들이 오순도순 동료들과 부대끼며 자리하는 모습에 대한 관찰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거주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까지 나아갔다. 처음에 그것은 약간 바보 같은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국의 지역구에서 선출된 그들이 당연히 당선된 지역구 어.. 2021. 4. 9.
[청소년/낭독리뷰]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미디어로 보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 "설마요, 당신에게 불편하면 모두가 불편할걸요? 다만 모른 척하는 게 익숙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는 거죠. 그게 우리 모습이에요." 라고 제목을 보자마자 해주고 싶던 대답이었다. 드라마, 예능, 영화, 심지어 다큐멘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인권침해나 비하가 담긴 장면을 종종 발견한다. 불편해지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것도 인권에 대해 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씌어진 책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도 숱하게 얘기 해왔지만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재력이나 권력의 대물림이 있어야 하는 사회가 된 것도 문제지만 그런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걸 능력이라고 여기는 아이.. 2021. 4. 5.
[소설] 탑의 시간 작가의 전작 를 읽었다. 그곳에도 연이 있었던가?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작품엔 독특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말로 하기엔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짙은 우울이거나 진한 회색처럼 더 이상 침잠할 바닥이 없는 곳까지 내리 꽂힐 느낌. 어쩌면 아릿함. 인물의 이름도 외자로 낯선 이를 무심히 부르듯 툭툭 던지듯 불려진다. 아무튼 묘한 매력이 넘치는 그만의 작품 세계가 있다.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연과 그의 관계가 궁금증을 더한다. 소민지의 온도와 햇빛, 바람 그리고 감정은 너무 아쉬움을 동반한다. 아, 연의 것이어야 할 목걸이가 특별함으로 포장되어 희의 목에 걸리다니. 흥분돼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근데 사람은 변하니까 그게 가능해요. 빨리 변하면 돼.. 2021.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