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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9

[소설] 부디, 얼지 않게끔 "그러니까 이제 모든 것은 희진, 그녀에게 달렸다." p12 뭔가 소름이 확 돋았다. 활자에서 습기 머금은 6월의 더위가 묻어날 것처럼 끈적해졌다. 자신의 운명이 타인, 그것도 한 공간 속어 있는 누군가에게 달렸다는 선언 같은 비장함이 이 소설을 뜨겁게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변해버린 내 삶도 뜨겁디 뜨거운 6월이어서 더. 이 소설은 변온, 냉혈, 동면 같은 인간에게 붙이기는 어색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자음과 모음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새 소설 시리즈 8번째 작품이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겨울로 가는, 그래서 그들이 순간적으로 닥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함께 하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소설이다. "정말 누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전과는 .. 2020. 12. 5.
[에세이]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익숙한 이름보다 '숲'으로 시작하는 제목을 보고 제주 곶자왈의 숲에서 무방비로 들이켰던 차갑고 민트색 공기가 떠올랐다. 박하사탕 백개쯤 입에 물고 있는 것같이 화했던 숲의 맛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지 못한다. 그와 반해 그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도시의 공기는 맛도 없을뿐더러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숲은 동경의 대상일 뿐 가까이 하기엔 쉽지 않다. 휠체어로 숲을 누빈다는 건 시간도 여건도. 뭐 한낱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책을 통해 저자가 주려는 깨달음이 사뭇 기대된다. Loneliness(고독감)이 아닌 Solitude(고독력)이 필요한 시대 고독이 다 같은 고독이 아님을 깨닫는다. 단순히 혼자 있는 걸 즐기고 외로움 따위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난 죽치고 '그냥' 앉아만 있던.. 2020. 6. 20.
[인문/심리] 어른으로 살아갈 용기 - 아들러가 남긴 유일한 어른 지침 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제는 어른이 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구나"라는 자괴감 비슷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어쩌면 이리도 세상 사는 게 어려운 일들의 연속인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부제가 유일한 어른을 위한 지침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조금의 뭔가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심리학의 대가로 알려져 작년 한 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심리학자 아들러가 힘겨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위안'이라는 게 이 책의 골자다. 아들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는 제자 부부가 집필한 이 책은 저자의 말에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아도 되며 자신의 감정 따라 골라 읽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시작부터 쉽게 읽히지 않았다. 책 내용의 방향을 구구절절 설명으로.. 2017.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