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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탑의 시간

by 두목의진심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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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엔드 바 텐드>를 읽었다. 그곳에도 연이 있었던가?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작품엔 독특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말로 하기엔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짙은 우울이거나 진한 회색처럼 더 이상 침잠할 바닥이 없는 곳까지 내리 꽂힐 느낌. 어쩌면 아릿함.

 

인물의 이름도 외자로 낯선 이를 무심히 부르듯 툭툭 던지듯 불려진다. 아무튼 묘한 매력이 넘치는 그만의 작품 세계가 있다.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연과 그의 관계가 궁금증을 더한다. 소민지의 온도와 햇빛, 바람 그리고 감정은 너무 아쉬움을 동반한다.

 

아, 연의 것이어야 할 목걸이가 특별함으로 포장되어 희의 목에 걸리다니. 흥분돼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근데 사람은 변하니까 그게 가능해요. 빨리 변하면 돼요, 아이처럼." p70

 

소설은 끝나도 사랑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바간의 후텁지근한 열기가 밀려드는 것처럼 연과 명의 '상실'에 대한 어지러움과 최와 희의 외줄처럼 양 끝에 서서 서로에게 원하기만 하는 사랑의 간극은 그것대로 흔들린다. 안전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연의 그가 했던 말이 떠나질 않는다.

 

 

"인생에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뿐이죠. 나를 버릴 수 있는 한 사람. 나머지 관계는 그저 장식품이거나 전리품일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서는 잊겠죠. 그러나 심장은 잊지 못해요. 그쪽에 두고 왔거든요. 여전히 식지 않았어요. 일정한 간격으로 뛸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 p139

 

숨이 막혔다. 사랑은, 사랑은 이렇게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는데... 연의 사랑이 명의 사랑이 또 희의 사랑이 내게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한 구절을 읊조리게 된다. 움직이지 않는 심장은 그렇게 사랑을 떠났다.

 

 

"지금 끝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온다는걸." p166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는 일은 희에게는 사랑이지만 명의 그녀는 관계라는 묘한 어긋남과 열망 사이에서 경계가 있다면 분명 그곳에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바간의 바람처럼 스산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평소 독서할 때 작가의 말은 웬만해선 궁금해도 잘 읽지 않는다. 온전히 소설 속에 부유하는 이들의 감정에 흔들리며 내 멋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반감될까 해선데 이 책은 그냥 다 읽었다. 사랑이 공간과 시간 그리고 탑 안에 갇힌 게 분명 아닐 것이다.

 

https://www.podty.me/episode/1536727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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