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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 10만 명이 함께한 서울시교육청 인문학 강좌

by 두목의진심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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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궁금해 왔던 "인문학이 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연을 정리한 이 책에서 찾았다면 좀 이상할까. 인문학이란 "삶의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8년 동안 10만 명이 통섭을 경험한 서울시 교육청 대표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2.0에서 신화, 철학, 문학과 예술, 스토리, 역사와 미래에 대한 10개의 주제에서 주목할만한 45개의 이야기를 뽑아서 담아냈다.

 

신화의 존재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서의 콘텐츠가 아니라 미디어 조작이나 이데올로기로 이용되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는 점이 있다는 주장은 뜻밖이었고,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라더니 신화는 가부장 중심의 신화관으로 첨삭 과정을 겪으면서 시대 입맛에 따라 전승되었다니 느낌이 묘하다.

 

 

북유럽 신화 <에다>를 보면 인간은 거인 이미르가 오딘 삼 형제에게 살해당하고 그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로 만들었다니 이것 참 인간은 신들의 세계에서 보자면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긴 한가보다. 그래도 구더기라니. 갑자기 몸이 막 가렵다.

 

신화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철학 역시 눈을 뗄 수 없다. 빈곤의 여신 페니아가 취해 널브러진 풍요의 신 포로스를 어찌어찌해서 에로스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서글픈 이유는 에로스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란 생각에서다. 빈곤과 풍요가 반반인 에로스는 결핍된 부분을 메꾸려는 욕망으로 끊임없이 애쓰는 존재로 묘사된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못 가진 것을 욕망하는 게 인간의 삶이지 싶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지혜로운 그리고 가장 좋은 선을 추구하는 것 그게 바로 올바른 삶이라고 철학자의 철학함이라 에리히 프롬이 그랬을지도.

 

 

"굳이 답을 구하자면,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조건 없는 배려나 양보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자신의 탁월함은 발휘하되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절제의 미덕이 함께하는 상태다." p85

 

플라톤, 밀,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한나 아렌트를 통한 인간적 삶에 대한 철학 역시 눈을 뗄 수도 사유를 멈출 수 없다. 철학은 현실 너머의 이상과 현실의 실체를 탐구하려는 그 '무엇'이 아닐까? 읽다 보면 생각을 멈출 수 없어 몰입을 방해하는데 이게 또 묘하게 재미있다. 또 분열과 혐오에 지칠만하니 불어닥친 팬데믹 상황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인간의 감정을 피폐하게 가속하는 시점에서 철학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반성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규정되거나 강제되지 않는 개인, 하나의 주체로서의 개인으로 당당히 서기 위한 첫걸음을 떼며, 외로움과 행복과 자유로움이라는 다소 모순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p140

 

그리고 삶이란, "시간의 흐름, 성장의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 그로 인한 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p151)"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는 터에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 자베르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이 나라는 약자를 위해 작동될 정의가 있기는 한가?

 

개인적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든 부분은 <이야기꾼 프로젝트>였는데 그동안 읽어 왔던 글쓰기 책보다 실질적인 코칭이 될 만큼 아이디어부터 캐릭터, 플롯까지 짧지만 진한 엑기스처럼 유용하다. 글을 쓰고 싶어 가슴이 나댈 정도다.

 

 

이처럼 신화, 문학, 영화, 예술, 역사 등을 둘러싼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는 분명 매혹적이다. 게다가 함께 읽으면 좋은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어 좀 더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정말 좋다. 추천한다.

 

덧붙여 보자면 유튜브에서 공유 중인 영상을 큐얼 코드로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레미제라블과 이야기꾼 프로젝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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