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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by 두목의진심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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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지친 누군가 열심히 살려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 짠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내가 아나운서를 잘 모르나? 싶어 책날개에 모노로 활짝 웃는 그녀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역시 낯선 얼굴이다.

 

아나운서의 에세이는 종종 읽게 되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김나진 아나운서도 그러더니 아나운서라는 조직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동적 인간 양성소 같은. 어쨌거나 비슷한 심적 무게감으로 읽다가 갑자기 무릎이 꺾여 주저앉는 것처럼 한 문장을 오래 바라봐야 했다. "잘 버텼다"라는 점술가의 말에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라는 그의 대답에 내 코끝도 싸해졌다.

 

 

누가 염려하든 말든 결핍된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를 닦달하는 그와는 다르긴 하지만 나 역시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처지라서 울컥했다. 사회복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하나 없는 채로 현장에서 부대끼며 배워 나가는 일은 내 깜냥 밖이라는 생각이 불쑥 불쑥 치밀어 오를 때는 때려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8년을 버티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힘이 나지 않는데 힘내야 한다.

 

 

그의 글에서 종종 아니 어쩌면 자주 보게 되는 '인정'에 대한 욕구에서 문득 그는 누구에게 인정받길 원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쓴 적이 있었을까? 하는 기억을 더듬어 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고만 고만 적당히 살아온 걸까?

 

읽다 보면 다소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의 담백하면서 다채로운 그의 색깔에 매료되어 푹 빠져들어 읽게 된다. 여행지에서 또는 동네를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해서 뻔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슈나 고정 관념에 대한 시각도 명쾌하다. 누구의 기준도 아니고 흔들리지도 않고. 여러모로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도, 누군가 짠하고 바꿔주는 것도 아니었다. 한 번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선배가 그랬듯이, 선배의 선배가 그러했듯 계속해서 싸우고 지고 이기면서 서서히 바뀌어온 것이다. 지나고 나서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 자리에서 바꿀 것이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면서." p176

 

그가 사회에 만연한 고정 관념과 많이 싸워 승률을 높이겠다 다짐하는 것을 보면서 '장애'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사회복지 현장 속에 있으면서도 치열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하게 된다. 나는 승률을 높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싸워야 할까.

 

'애초에 기울어진 잣대'로 일축하는 꾸밈이나 속옷 같은 여성 편견에 대한 그의 소회는 사이다처럼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동안 장애라는 편견적 삶의 반대편에 서있어 봐놔서 그런지 막 박수 치고 그러고 싶을 지경이었다. 끝으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대체되고 싶어 하지 않던 그의 삶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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