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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비평] 창작 수필을 평하다

by 두목의진심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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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평론집은 처음이지 싶다. 그것도 수필 평론집이라니. 내게 있어 수필은 딱히 장르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에세이와 어떻게 다른지 구분도 못한달까. 아주 오래전 읽었던 피천득의 인연을 수필로 기억하지만 이후 수필을 읽은 기억이 없다. 왠지 수필은 수국처럼 화려하지만 물기 머금고 티 내지 않는 수줍음같이 느껴진달까. 어쨌거나 설렘 하다.

 

산문(散文): 운문에 대하여 운율(韻律)이나 정형(定型)에 의한 제약이 없는 보통 문장.
수필(essay, 隨筆, 에세이):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산문 형식의 글. ​​

출처: 두산 백과

 

궁금한 김에 검색을 통해 찾아 본 내용을 보면, 수필과 에세이는 같은 의미다. 하지만 저자는 수필은 창작문예수필과 창작에세이로 구분되는 다르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이렇게 장르 이름만 구분한다고 쉽게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창작·창작적 수필 21작품과 그에 관한 저자의 평을 담았다. 단순하게 작품에 대한 평론을 하고 있다기 보다 수필에 대한 개념을 나처럼 어정쩡하게 헛갈려 하는 독자에게 올바로 전달하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난해하다 해야 할지 더 솔직히 역시 문학을 모른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참으로 생경하게 느낀다. 문학적 장르, 창작문예수필은 처음인데다 짧은 원문 속에 살아 숨 쉬는 듯 화려한 표현에 놀라기도 급급한데 평론이 더해지니 이해력을 급가동 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살짝 들기도 한다.

 

촉촉이 젖는 수필을 기대했건만 그보다 훨씬 건조하고 딱딱한 해설집을 읽는 느낌이라서 살짝 김샌다. 하지만 문학적 이론 토대로 풀어주는 평은 수준 높은 문학의 세계로 인도받는 기분이다. 한데 이 책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여기 있는 수필들을 읽은 건 고사하고 아는 수필이 단 한편도 없다는거다. 그럼에도 너무 좋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자신감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고, 변화를 두려 위하며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있는 늙어가는 사내 하나가 거기 있었다." p44

 

밖의 세상에서 실내로 날아든 벌이 열린 문을 찾지 못해 버둥대는 모습을 보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여기에 평론을 읽으면 더 깊은 심오함은 덤으로 온다. 이 책이 독특하고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필을 문학적 장르나 이론으로서의 수필로 소개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필을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 않는, 시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한 그러면서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그저 수필이 수필로 이해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꼭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미해도 좋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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