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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크럼10

[에세이]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작가의 전작 를 읽었다. 무한 위로를 전달하며, 예쁜 말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책에서 나를 돌아 보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서평단을 신청해서 책을 받았다. 어떤 말들이 담겼을까 사뭇 기대한다. ​ 마음을 나누는 그에게 전하는 헌정 같은 책인가, 싶다. 마음 단단한 그와 여린 자신이 좀 더 단단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미소를 지었다. 내 아내 역시 그렇다.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 비밀 같은 목차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왜 이리 감추려 했을까. 그의 책은 이번에도 노안인 내겐 배려 없는 책이다. 이 젊은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 삶에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맺혔을까. 조금 머물며 읽게 되는 그의 격정적 삶에 덩달아 구구절절한 내 삶을 마주한다. 이상하다. 책은 온통 무거운 감정이.. 2023. 5. 24.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역시 주문처럼 읽게 되는 제목인 책이 20만 부 돌파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고 서평단 제의가 왔다. 1년 만에 20만 부라. 부럽다. 이미 읽었지만 내용도 추가된 부분도 있다 하니 다시 위로 받고 싶어졌다. 어라? 내가 이 문장을 읽었던가, 싶을 만큼 생소한 문장이 여기저기 솟아 올라 목차를 들여다 본다. 12편의 응원과 위로가 더 담겼다. 한데 그때도 애로적이었는데 여전히 애로스럽다. 위로가 필요하긴 하지만 금세 눈이 피로해질 만큼 가독성이 떨어진다. 한 포인트만 키워달라 부탁했었다. 뭐 내 말을 들어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많이 알고 배울수록 쉽게 추락하는 일, 별거 아닌 것도 힘겹게 받아 들이는 일이 '앎이고 암'이라니... 다행인가. 내가 이리 힘든 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워서 그런 거라는 .. 2022. 6. 26.
[에세이] 모두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따뜻한 제목이, 마치 둥글게 굽은 등을 아래 위로 쓰다듬 듯이 온기가 전해지는 위로를 받는 듯해서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었다. 어떤 위로와 이해의 말들이 담겼을까, 마치 잔치 앞둔 설레는 심정 같았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더 이상 껴안는 게 버거워질 때는 혼자 떠안으려 하기보단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 그래야 서로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말에 한참을 읽기를 멈췄다. 그리고 내가 사려 깊은 사람일까, 싶어 가슴이 시큰거렸다. 작가의 삶에 미워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미워질 듯한 사람은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 적당한 거리와 형식적인 예의로 충분하다, 길래 앞으로 그래볼까 싶어 생각을 더듬는데 나는 미워질 듯한 사람은 애초에 지우고.. 2022. 2. 23.
[에세이/낭독리뷰]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 생소한 작가가 생소한 그림체로 일상을 나눈다. 몇 컷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짧은 글로 위로와 위안을 준다. 작가의 위트와 진지한 이야기에 살포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내 일상과 닮은 모습에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때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대책 없이 맞아야 했던 때처럼 우두커니 멈춰서 몇 번이고 또 읽으며 가슴에 담는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그 여정에 일상은 급수대일까?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를 두루 거치며 숨이 깔딱 넘어갈 때쯤 만나게 되는 급수대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인생이 마냥 힘겹거나 쉽기만 하다면 재미없겠지. 때론 변덕스러운 것 몇 개쯤은 있어야 활력도 되고 신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딱 자기 숨만큼만 있다가 솟아올라야 하는 해녀처럼 내 숨의 크기가 얼마만큼.. 2021. 10. 6.
[에세이/낭독리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었어 가수. 그것도 유명 경연 프로그램에서 상위권 진출자이자 아이돌이지만 미안하게도 낯선 그가 3년간 SNS로 사람들과 소통한 글이라기에 팬심은 없지만 관심이 생겼다. 고민 상담하는 아이돌이라니. 난 케첩보다는 설탕 듬뿍 뿌려진 핫도그가 훠월씬 좋지만 어쨌거나 그가 털어놓는 통통한 핫도그에 얽힌 어릴 적 이야기는 고민 상담소 주인을 할만하다, 싶은 생각의 깊이가 전해진다. 짧은 질문과 더 짧고 쿨한 답이 오간다. 한데 읽다 보면 그 어떤 글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된다. 그의 생각에 나의 생각이 얹혀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나와 잘 맞는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고,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정작 나는 좋은 사람인지'를 묻는 그의 질문이 내내 마음을 긁고 있다. 그도 관계에 지쳐 본 걸까, 라는.. 2021. 8. 22.
[에세이/낭독리뷰]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마법의 램프를 쓰다듬으며 내는 주문 같은 제목을 지그시 보다가 문득 뭐라도 빌고 싶다는 생각을 피워 올렸다. 타이포그래피의 감각적 편집 디자인은 칭찬할만 한데 글자 크기는 애로적이었다. 불편해서 안 쓰던 안경을 다시 써야 했고 같은 문단을 반복해야 해서 읽느라 리듬도 깨졌다. 독자에 대한 배려, 좀 부족했다. 나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숨도 쉬지 않고 속을 게워내는 것처럼,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처럼 그렇게 작가는 마음을 쏟아낸다. 근데 그걸 주워 읽기만 했는데 희한하게 위로가 된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일면식도 없이 평생을 모르고 살더라도 서로를 응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눈에 가슴에 쿡 박히는 문장. "잘라 버릴 사람이 있다면, 그 주변인들도 유심히 보고 함께 걸러야 한다. 나중으로.. 2021.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