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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낭독리뷰] 유럽에 서 봄 스위스 5월이었던가. 20년 전 출장으로 스위스의 한 도시에서 스치듯 하루 묵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스위스를 경유 프랑스 앙시로 가는 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이 기억에 담겨 있다. 그리고 드라마 의 리정혁 대위가 피아노를 연주해 주던 그림 같은 곳도 여기 이젤발트 아니던가. 작가에게 그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받았다. 서평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읽어 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미루기만 하다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읽을 책을 고르려다 푸른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한쪽에 만년설이 덮인 표지가 유혹하듯 눈길을 잡아끌었다. 스위스다. 이제는 소녀가 아닐지 모르는 하이디가 여전히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곳. 그렇게 '만년설을 이고 서 있는 차가운 냉정과 사.. 2021. 10. 15.
[사회과학/낭독리뷰]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 원체 환경이나 생태에 미안한 마음으로 관심만 쏟는 편이라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은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 애쓰는 4명의 기업인을 만나 인터뷰한 통찰의 기록이며, 저자의 표현대로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생명을 살리는 기술과 만나면서 펼쳐지게 될 시장의 마술"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깊이가 있다. 지구 생태계, 거창하게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저 환경만 꺼내도 참 미안해진다. 집과 회사에 손만 뻗으면 잡히는 텀블러가 천지빼까리인데 굳이 종이컵을 사용한다. 핑계를 대자면 불편한 손으로 설거지가 힘들다는 이유지만 실은 귀찮은 게 더 크다. 그래서 불편해하면서도 관련된 책은 찾아 읽는 편이다. 뭔 마음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광.. 2021. 10. 10.
[자기계발/낭독리뷰]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100만 부 기념 특별판) 개인적으로 인생 잘못 산 것처럼 지적질 해대며 행동 변화를 다그치는 자기계발서는 어떤 성공 기준이나 함량 미달을 확인받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어 가급적 읽지 않는 편이다. 더구나 나는 습관이나 행동을 뜯어고치면서까지 그다지 성공 욕심도 별로 없다. 한데 2004년 초판 이후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100만 부 특별 기념판이라니 호기심에 읽게 됐다. 성공 욕심이 없는 건 자랑이 아니라고 지인이 그러던데 거침없이 성공에 대해 말하는 저자의 글이 가슴을 옥죈다. 빨리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나 혼자 저 멀리 떠내려갈듯한 다급함이 느껴져 마음이 편칠 않다. 이미 다양성이 보편화된 시대에 성공에 대한 기준이나 생각도 다양해졌을 텐데 부와 명성으로만 귀결되는 성공의 정의가 탐탁지 않다. 혹시 내가 성공이라는 개념 정의가.. 2021. 10. 7.
[에세이/낭독리뷰]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 생소한 작가가 생소한 그림체로 일상을 나눈다. 몇 컷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짧은 글로 위로와 위안을 준다. 작가의 위트와 진지한 이야기에 살포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내 일상과 닮은 모습에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때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대책 없이 맞아야 했던 때처럼 우두커니 멈춰서 몇 번이고 또 읽으며 가슴에 담는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그 여정에 일상은 급수대일까?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를 두루 거치며 숨이 깔딱 넘어갈 때쯤 만나게 되는 급수대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인생이 마냥 힘겹거나 쉽기만 하다면 재미없겠지. 때론 변덕스러운 것 몇 개쯤은 있어야 활력도 되고 신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대로 욕심부리지 말고, 딱 자기 숨만큼만 있다가 솟아올라야 하는 해녀처럼 내 숨의 크기가 얼마만큼.. 2021. 10. 6.
[소설/낭독리뷰] 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정기적으로 문학상 작품들을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익숙한 이름의 문학상이라 서평단을 신청해 읽었다. 7천만 원의 고료라는 게 흡족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0을 하나 더 붙여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읽었다. 내용이 방대한 세계관을 지닌 서사나 깊은 철학을 요구하는 소설이 아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리 빨려 드는 데는 분명 뭐가 있긴 있겠지 싶다. 내가 남훈 씨에게 너무 감정 이입을 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왠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살짝 가부장적인 아버지이면서 나보다는 가족을 앞세워 앞만 보고 달려온 중년의 가장의 감정이 스펀지에 물 스미듯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게 한 남자의 개인사가 가정사를 지나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이 눈물 난다.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투박하고 거친 남훈.. 202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