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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낭독리뷰]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이리 가슴을 졸이게 만들 수 있을까. 띠지만 봐도 이미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요동치는 내 감정을 걷잡을 수 없다. 심지어 난 작가들을 지켜보기도 하지 않았던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작가들의 삶을 보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방관자 혹은 오지라퍼였음을 깨닫게 한다. 보고 있었지만 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지. 장애아를 키우며 산다는 것을 매일 매시간 어쩌면 매 순간 가슴 바닥부터 차곡차곡 눌러 놓았을지 모른다. 아이의 존재로 자신이 점점 지워지는 느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순간순간 위축되고 조그라 들어 구겨진 주름에 다림질이라도 해야 할 정도가 된 다음에야 하.. 2021. 11. 26.
[에세이/낭독리뷰] 배신하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야 하… 시작부터 보스를 향해 아부성 강한 멘트를 날리며 자신 같은 사람도 있다고 이토록 강렬하게 어필하는 생계형 직장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잠시 고민됐다. 제목을 보고 그의 직장 생활에선 유토피아스러운 이유가 가득할 것 같았다. 나와 다른 세계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란, 뭐 월급의 배신 따위를 운운할 정도니 도긴개긴이긴 하겠지만 여하튼 직장은 나를 갉아내야만 살아남는 곳이라는 절박함에 사로잡혀 사는 인간인 내게는 무척 호기심을 부추기는 부류는 분명하다. 나와 다른 부류지만 희한하게 공감된다. "지금 내 길에서만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장 '잘 ' '알'고 있으니 조언은 사절이다." 40쪽 촌철살인이란 말이 적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싶을 정도로 표현이 강렬하다. 뚜러펑을 들이부어 변기를 뚫.. 2021. 11. 23.
[경제경영/낭독리뷰] 전기홍의 카페 창업 X파일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카페를 장담하는 소제목에 이끌린 책이다. 난 솔직히 커피는 마니아라고 하기엔 쪽팔리고 그냥 많이 마시는 중독자에 가깝다. 아메리카노를 노래만큼이나 좋아하지만 세계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는 노란색 스틱 커피가 입맛에 딱인 사람이다. 그런데 자발적 은퇴를 꿈꾸는 요즘 생계수단으로 딱히 떠오르는 게 커피와 책방이라서 혹했다. 한데 이 두 개를 다 탐욕에 가까우리만치 한자리에서 꾸려보고 싶은 데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 그런 여유만만한 주인 자리를 꿈꾸는지라 저자가 제시하는 10년이라는 장기 계획을, 그것도 망하지 않고 세울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마케터와 카페를 투잡으로 시작한 카페 창업에서 지금은 커피부터 프랜차이즈와 용품 .. 2021. 11. 21.
[인문/낭독리뷰]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인공지능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비드(COVID-19) 시대로 대변되는 빠르지만 예측 불가한 현시대의 화두는 최첨단의 기계가 아닌 단연코 '사람'이 중심인 인문학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오죽하면 휴먼 서비스인 사회복지가 유망직종으로 거론되는가 말이다. 여담이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사실, 사회복지는 아주 박봉의 극한 직업이다. 어쨌든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바꿔가는 최첨단 기술의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AI를 통해 인문을 이야기하려는 저자의 용기에 호기심 생겨 읽게 된 책이다. ​깊은 어둠, 혹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로 표현되는, 결국 인류는 '종식'이 아닌 '공존'을 선택한 코비드 시기를 중세 유럽 암흑기인 페스트 시기와 비교하며, 당시에 등장한 문학 거장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글.. 2021. 11. 7.
[산문/낭독리뷰] 시의 쓸모 - 나를 사랑하게 하는 내 마음의 기술 '시'를 두고 쓸모를 따지는 것도 그렇지만 언뜻 표지만 보면 그림에 대한 책처럼 보이는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루는 책이라니 정체가 헛갈려 궁금증이 더했습니다. 자신을 부단히 깨트려 보다 나은 자신이 되려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 기술'이라며, 헤르만 헤세의 글을 빌려 시인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의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 우리 이야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겠네요. 시인은 산문을 쓰고, 그 산문으로 시를 짓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포인트라 하면서 말이죠. 그냥 글쓰기 수업이 될 정도입니다. 따뜻한 어투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제 말(글) 투도 그리되는 게 괜스레 기분 좋아집니다. '시는 일상의 나를 잘 느끼는 것이지 미사여구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는.. 2021. 11. 3.
[기적] 있을 건 다 있는, 그래서 머리 아픈 영화 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있을 게 다 있어서 웃다 찡하고 분개하고 그러다 통곡하다 머리가 아픈 영화 말이다. 코로나19로 조심조심한 영화판에서 간만에 이렇게 좋은 영화라니, 이게 기적이다 싶다. 대학도 포기한 채 경상북도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수재인 준경(박정민)과 홀아비로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한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뒷바라지를 하는 보경(이수경) 그리고 그런 누나의 껌딱지로 준경은 위험한 철로를 걸어 2시간을 걸려야 통학한다. 그리고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흐르고 고교생이 된 중경은 여전히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고, 그런 준경의 뮤즈를 자청하고 나선 라희(윤아)가 삶에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86년, 고1이던 준경의 눈에 보.. 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