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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10

[소설] 탈락이 아닌 선택, 날개의 날개 일러두기에 일러둔 일본 학제가 놀랍다. 에스컬레이터식이나 지정 추천제가 한국에도 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지금도 청소년 자살률을 톱 랭크를 찍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애지중지.' 마도카의 모습을 보며 떠오른 단어는 이것이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에도 등장했던 단어. 어쩌면 애지중지 한 결과로 무언갈 바라는 욕망이 담긴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본심일지도 모르는. 아무튼 한국의 입시 지옥을 만드는 어마 무시한 사교육과 조기 교육을 관통하는 이야기라서 그럴까. 단숨에 읽게 된다. 딸아이가 고3과 재수를 거치며 치른 입시에서 '가고 싶은'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던 아내와 딸 아이를 보면서 놀랐었다. 그리고 재수는 당연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요즘 입시 현실에 기겁했던.. 2023. 7. 8.
[소설/낭독리뷰] 울지마 인턴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드라마 낭만 닥터처럼 어수선하면서도 긴장감 속에 치열함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그들의 삶과 고충을 잠시나마 이해하게 된다. 의사 역시 직업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사명감을 요구하는 건 맞는 일일까 생각해 본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계급처럼 낙인화되어버린 언어가 눈에 꽂혔다. 독거노인의 생존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결국 사회적 비용 외엔 상관없지 않은가?라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는데서 공공 시스템의 문제가 수술장 공기처럼 시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역시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급자야?"라며 사람이 아닌 등급을 살피는 일이 떠올라 뜨끔했다. 그리고 고령의 독거노인 거기다 알코올성 간경화에 초기 치매고 과거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과.. 2021. 7. 21.
[교육/낭독리뷰]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 고지마치중학교의 학교 개혁 프로젝트 제목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학교에서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에 어떤 게 있을까? 하고. 자습, 시험, 숙제, 체벌, 왕따 같은 걸까? 왜 좀 더 긍정적인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 건지 씁쓸하지만 사실 나는 학교에서 행복이나 꿈같은 것들을 배우거나 찾기보다 선생의 폭력에 잘 견디는 법을 좀 더 많이 배운 세대라서 하루라도 안 맞으면 잠이 안 올 지경이었으니. 그렇다고 내가 아주 개망나니 같은 학생이거나 소위 일진류의 학생도 아니었지만 교사의 기분에 따라 거의 매일 지옥을 경험했다. 어쨌거나 '원래'라거나 '당연'하다는 말은 좋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원래 이런 건 잘 안돼"라거나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식은 말은 생각을 부정적으로 만들 확률이 높기 때문에. 책 내용은 교사가 어떤 생각.. 2021. 6. 10.
[소설/낭독리뷰] 우리가 원했던 것들 처음에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데 읽는 동안 미국 내슈빌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당장 오늘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을 사이에 두고 빈부의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내슈빌에서 귀족학교라 일컬어지는 윈저로 편입된 저소득층의 라일라와 최상류 층인 핀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진실 공방은 소설이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라는데 놀랍고 소름 돋는다. 경제적 능력을 오랜 세월 계층으로 세습하는 이들의 결핍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꼬집음과 동시에 그런 이들에게 기생하는 세력을 기반으로 정의를 만들어가는 사회 문제를 고발한다. 한편 진실을 밝히는 정의 구현에 커크를 비롯한 가진 자들의 저급한 방법을 비난하며 자신은 양아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이나 정의롭다고 .. 2021. 4. 25.
[소설/낭독리뷰]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가족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맥알리스터 가족이 운영하는 유명 캠프의 비밀 해변에서 소녀가 죽었다. 사건은 미제로 분류되어 덮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의 유언장에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솟아오르고 아만다와 맥알리스터 남매들 사이의 비밀은 비밀 해변을 중심으로 서로 견고하게 얽혀드는 느낌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아만다의 사건 일지를 유심히 시간순으로 퍼즐처럼 맞춰 나가게 된다. 1부가 끝나자 션의 행동이 유의미하게 이상했다. 왜 종이를 잘게 찢었을까? 왜 마지막이 돼서야 무죄일까? 그거 진짜 무죄였을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였을까? 멈출 수 없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아니라 이 남매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삐꺽거림이 사건을 추리하는 쾌감을 더한다. 게다가.. 2021. 3. 22.
[소설/낭독리뷰] 클락 댄스 “매우 쓸쓸한 분위기의 노래라서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달콤하고 묵직하고, 음미할 수 있는 아픔이었다." p24 문장은 열한 살 아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감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왔다 갔다 널뛰는 엄마의 감정만큼 윌라의 감정은 깊숙이 침잠했으리라. 그렇게 십대의 월라를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윌라는 스물한 살이 됐다. 흡입력 있게 몰아치던 윌라의 인생이 갑자기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왜? 1997이지? 윌라의 삼십 대, 그러니까 1987은 어쩌고? 결국 학교를 채 졸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데릭과 진짜 결혼이라도 한 걸까? 앞날이 창창한 전액 장학생 신분을 버리고? 그러질 않길 바라며 조바심이 났다. ​ 이 책은 엄마에게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정서를 윌.. 2021.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