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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탈락이 아닌 선택, 날개의 날개

by 두목의진심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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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에 일러둔 일본 학제가 놀랍다. 에스컬레이터식이나 지정 추천제가 한국에도 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지금도 청소년 자살률을 톱 랭크를 찍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애지중지.' 마도카의 모습을 보며 떠오른 단어는 이것이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모성>에도 등장했던 단어. 어쩌면 애지중지 한 결과로 무언갈 바라는 욕망이 담긴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본심일지도 모르는. 아무튼 한국의 입시 지옥을 만드는 어마 무시한 사교육과 조기 교육을 관통하는 이야기라서 그럴까. 단숨에 읽게 된다.

 

딸아이가 고3과 재수를 거치며 치른 입시에서 '가고 싶은'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던 아내와 딸 아이를 보면서 놀랐었다. 그리고 재수는 당연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요즘 입시 현실에 기겁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르기도 했다. 게임에 몰두해 있는 듯한 중3 아들 옆에 있자니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더욱 몰입하게 된다.

 

​마도카가 자신의 욕망을 아이의 것인 양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에 속으로는 '안돼'라며 외친다. 그런 나를 발견하니 입이 쓰다.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아빨 위해 공부 하라는 게 아니라고, 네가 좀 더 풍요롭게 살았으면 해서 이러는 거라고 훈계하는 내 모습이 마치 거울에 마도카의 모습으로 투영된 듯해 소름 돋았다.

 

"무조건, 무조건, 나 S1으로 돌아 갈 거야!" 99쪽, 열 살

99쪽, 열 살

 

소설인데도, 아니 남 얘기인데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5단계가 떨어진 아들의 성적을 받아 든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핑 돌았다. 츠바사의 설움도 마도카의 기막힘도 다 내 이야기 같아서 고구마 백만 스물한 개를 한 번에 욱여넣은 듯 답답해 숨을 쉬기 어렵다.

 

"만일 결승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꿈만 같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나겠지. 츠바사는 역시 대단해. 특별한 아이야, 그런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겠지. 충혈된 붉은 눈의 아들을 보며 다음에는 꼭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마도카는 생각했다." 100쪽, 열 살

 

마도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린 부모라는 이름으로, 어쩌면 다 지나왔다는 승리감으로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에게 허영심을 기대하는 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상처를 내고 있으면서 자기합리와 변명과 남 탓을 하면서. 그래서 한편 마도카를 이해하면서도 조금 더 불편해했지도 모른다.

 

273쪽, 열 두살

 

고작 12살 아이에게 인생을 결정지으라며 내모는 우리가 정상일까. 읽는 내내 끔찍한 결말이 예상돼 불안하다. 소름 돋는 소설이다.

 

"그때 마도카가 잘했다고 말했다면 시험 결과는 '잘한 것'이었다. 열심히 했네,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열심히 한' 결과였을 것이다." 275쪽 열두 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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