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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94

[소설] 아향상회 오호, 친필 편지를 받아 본 일이 언제였는지 가물한데 생면부지 작가에게 받았다. '독자로서 문학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음에 남을 작품을 선보이겠다' 라는 다짐이자 선전포고 같은 편지다. 이 가을,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의 색으로 물들길 바란다. 답신이라면 답신이다. 아향상회, 출판사와 힘겨루기를 했어야만 할 정도로 작가에게는 의미가 있다는, 어쨌거나 나는 참 어감이 독특한 제목이다 싶었다. 입 안에서 굴려지는 발음도 그러려니 와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있던 가게 이름 같기도 해서 무슨 뜻일까 흥미롭다. 줄곧 생각이 뒤따른다. 뭐지? 이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는? 소설이라 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일기 같으면서도 간간이 소나기 같은 아련함 같은 것이 기대되기도 해서 소설인가 자서전인가 헷갈려 몰.. 2022. 9. 21.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꽃은 지더라도 화려함은 남는 세상에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전시, 신발 게다가 표현하는 말투까지. 뭐 많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을 연인으로 만날 확률은? 이런 판타지 같은 청춘 멜로인 를 봤다. 오글거린다기보다 보는 내내 간질간질거렸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무기(스다 마사키)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의 우연처럼 만들어진 사랑의 시간이 조마조마하고 달달해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예매한 미이라 전시회를 놓치고 각자 무료한 모임에 참석한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놓칠새라 죽기살기로 내달리다 우연히 부딪힌다. 결국 막차를 놓친 둘은 밤새 수다를 떨면서 서로가 너무 잘맞는다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무기의 집에서 다시 밤을 지새운다. 서로에게 빠져들.. 2021. 9. 6.
[그래픽] mignon이 알려주는 피부 채색의 비결 영진닷컴 시리즈 중 하나로 미소녀 게임 회사 치프 출신의 mignon이 인체 피부 채색의 노하우를 자세하게 담았으며 채색 동영상, 브러시, 원본(PDS) 파일, 피부 팔레트, 땀 스타일의 작가의 노하우가 담긴 5가지 특전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데이터는 영진닷컴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받을 수 있다. 시원한 바닷가에 수줍게 서있는 비키니 소녀에 혹해서 서평단을 신청한 건 절대 아니다. 애니메이션 실무도 오래 하기도 했고 작화나 드로잉에 워낙 관심이 많아 그림과 관련된 책은 수집하다시피 서평단에 참여하는데 이 책은 관심이 조금 더 간 정도다. 예전에 애니메이션 실무를 할 때(나는 작화 쪽이 아닌 디지털 쪽이어서 드로잉은 하지 않았다) 스캔받은 트레스(선화)에 색이 입혀지고 나면 어찌나 매력적인지 말도 못 한다... 2021. 8. 2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우주로 간 영화 20년 간 9편의 시리즈를 만들어 낸 분노의 질주의 레이싱은 높이 살만하다. 전편의 시리즈를 꿰차고 본 마니아가 아니고 띄엄띄엄 본 터라 줄거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박진감 넘치고 강렬하면서 통쾌한 액션이 있는 영화라는 기대는 언제나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도미닉(빈 디젤)의 과거사를 집중 조명한 이번 시리즈는 도미닉과 제이콥(존 시나)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데 집중하는 느낌이다. 가족애를 되찾기 위해 도시와 우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을 스스럼없이 벌이는데 살짝 불편했다. 하기사 인류를 구하는 히어로물도 그렇지 않은가. 시골에서 평화롭게 숨어 지내는 도미닉은 '위험한 물건'을 배신한 요원이 노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팀원들의 소집을 거부한다. 하지만 빌런 사이퍼(샤를리즈 테론)가 사라.. 2021. 7. 31.
[굴뚝마을의 푸펠] 당신의 꿈을 향한 항로는 무사한가? 굴뚝 마을 푸펠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그 상상력을 빛내줄 색감이 황홀한 영화다. 못 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영화다. 하늘을 온통 시커먼 연기로 뒤덮인 마을에서 굴뚝 청소를 하며 연기 넘어 별의 존재를 믿는 소년 루비치(아시다 마나)는 곤경에 처한 쓰레기 사람 푸펠(쿠보타 마사타카)을 구하면서 친구가 된다. 푸펠을 쫒는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끈끈한 우정을 쌓은 둘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쟁이로 내몰린 연기구름 너머에 파란 하늘과 빛나는 별이 있다는 아빠의 믿음이 진실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영화는 쓰레기 더미에서 생겨난 푸펠의 존재를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독특한 상상력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처럼 강렬한 색감에 흠뻑 취하게 만들고 여기에 '꿈'이라는 환상의 '무엇'을 잃고 살아가.. 2021. 7. 13.
[크루즈 페밀리: 뉴 에이징] 우리가 살아 갈 세상 "동굴 밖은 위험해! 우린 똘똘 뭉쳐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야"라고 하루하루 박진감 넘치는 모험과 생명연장의 꿈으로 가족의 연대를 외치는 인류 마지막 동굴 가족과 "가족도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해"위험한 세상을 피해 담을 치고 도구와 불을 사용하며 진화한 기술력으로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가족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 가이의 내일은 안전한 집이고 그 집에는 사랑하는 이프가 산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코로나19로 밖은 위험해졌고 가족끼리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 가족을 넘어 이웃, 세계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이 두 가족이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오랜만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상상력과 유쾌함에 행복해졌다. 2021.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