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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세이19

[에세이]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오랜만에, 아니 처음인가? 먹고 살려고 책방하는 사람을, 얼굴을 맞댄 건 아니고 글로 만났다. 그래도 왠지 은근 벅차오름이 있다. 나 역시 꿈이라면 꿈이고, 뜬구름이라면 뜬구름인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 그런 책방 주인이 되려고 하고 있으니 이 책은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가 될지도 모르겠다. 뭐 이래 저래 제주 살이를 바라기는 하지만 이젠 어디라도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아무튼 제주도도 워낙 책방이 많아져서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을텐데 먹고살려고 책방을 차렸다니 희안한 일이다. 그가 제주 사람이냐, 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답지를 찾았다는 이야기에 '육지 것들' 이라며 싸잡아 던지던, 그게 욕처럼 들리던 말이 확하고 떠올랐다. 3년의 시간을 오롯이 육지것들로 살.. 2022. 11. 8.
[에세이]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비밀이 비밀이 아닐 때 비밀이 갖는 의미는 소문이 될까? 세상이 나를 몰래 사랑하고 있다, 는 그 엄청난 비밀이 큭 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뭔가가 빠져 나갔다. 이제 비밀은 소문이 됐다. 그가 털어놓은 비밀은 다른 세상 것이라 믿어지진 않는다. 차라리 털어 놓지 말지. 누군가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잠시 들었다. 아닌가? 아, 이런 뼈 때리는 통찰이! 결국 인생사는 하나로 귀결된다는 그의 말이 너무 격하게 공감 됐다. 나도 8년을 붙어 지내던 선배에게 호되게 뒤통수를 맞고서 그렇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바닥을 떴던 기억이 떠올라 눈가가 부들하고 잠시 떨렸다. 20년 가까이 된 일임에도 잊히질 않아서 더욱 그랬고, 세상엔 절대적으로 좋은 놈, 나쁜 놈은 없고 결국 나한테 .. 2022. 10. 6.
[에세이]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 포기하지 못할 꿈의 기록들 책을 읽는 일에 뭔 취향이 있겠냐만, 머리글을 읽는 순간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 그리고 솔직 거기다 양념 같은 위트가(읽다보니 위트라고 하기엔 끈적한 슬픔이 묻어 있어서 위트라고 안 하고 싶다.) 뿌려진 글맛은 분명 그런 취향을 찾아내게 만들었다. 사실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것이 노동처럼 체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런 글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부디 기니피그(티라미수가 없는 인절미의) 사룟값 정도가 아니라 고마운 사람에게 아아라도 돌릴 만큼 많이 많이 팔리길 희망한다. 진짜다. 그는 ​가벼운 문체로 편견, 차별, 빈곤, 성착취, 정치, 제도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더 무겁게 써내려 간다. 그건 그의 일상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지, 에 대해 필름이 머릿속에 주륵 펼쳐지는 것도.. 2022. 10. 1.
[에세이] 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부탄은 내게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불쑥 튀어 오른 나라였다. 그저 코미디 영화처럼 웃픈 사연 말고 행복지수 세계 최고라는 이 나라가 궁금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곳에서 살아도 과연 행복은 전염될까? 또 행복지수 세계 1등인 곳에서 산다는 건 어떨까 궁금했다. 내겐 행복을 찾는 건 중요한 과제라서 더욱더 흥미로웠던 책이다. 작가 소개를 읽다가 언뜻 눈에서 한번 그리고 목울대에서 한번 그렇게 울컥한 문장을 만났다. "사람을 가장 환대하는 곳, 나 자신을 더 아끼게 해주는 곳인 부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짝 아팠다. 나는 타인으로부터 환대 받았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나를 아낀 적이 있던가, 하는 질문과 답.. 2022. 9. 28.
[에세이] 퇴근길의 마음 - 나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일하는 법에 대하여 그의 책을 두 권 읽었다. 그의 말, 아니 글 솜씨에 반했던 책들. 그래서 그의 퇴근길의 마음도 궁금했으리라. 또 내 마음은 어떠한지 가늠하고 싶기도 하고. 일의 성패는 요령이라 생각 했는데, 결국 진심이라는 그의 글이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덜 하다. 그도 말했지만 일이 많은 건 견딘다. 근데 사람 힘든 건 견디셔가 안 된다. 그래서 진심을 다한다는 건 되돌아 오는 상처가 핵폭탄이나 쓰나미급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견디라는 말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잘 알려진 사람은 알려진 대로 선입견의 대상이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알려지지 않은 대로 편견의 대상이 된다." 40쪽, 이번엔 거절, 다음엔 승낙 선입견과 편견의 대상이 되는 건 그 어느 쪽이든 별로지만 어쨌든 그런 입장을 갖는 사람의 .. 2022. 9. 14.
[에세이] 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뭐든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라서 어른 되는 것도 공부를 해야 되는 건가, 했다가 가만 생각하니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닐 테니 참 괜찮은 제목이지 싶다. 나 역시 오십 줄이 넘어선지 좀 되고 보니 어른은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면서 조금씩 덧대며 만들어 가야 함을 이제야 아주 조금은 알아챘다. 나도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을. 그가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 바쁜 이들에게 고르고 고른 그의 위로이자 격려이며 조언은 읽기 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7쪽,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울컥, 목울대에 묵직한 것이 걸리더니 순식간에 글자들이 뿌옇게 흐.. 2022.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