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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 - 20년 차 방송작가의 100% 리얼 제주 정착기

by 두목의진심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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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니 처음인가? 먹고 살려고 책방하는 사람을, 얼굴을 맞댄 건 아니고 글로 만났다. 그래도 왠지 은근 벅차오름이 있다. 나 역시 꿈이라면 꿈이고, 뜬구름이라면 뜬구름인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 그런 책방 주인이 되려고 하고 있으니 이 책은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가 될지도 모르겠다.

 

뭐 이래 저래 제주 살이를 바라기는 하지만 이젠 어디라도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아무튼 제주도도 워낙 책방이 많아져서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을텐데 먹고살려고 책방을 차렸다니 희안한 일이다.

 

그가 제주 사람이냐, 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답지를 찾았다는 이야기에 '육지 것들' 이라며 싸잡아 던지던, 그게 욕처럼 들리던 말이 확하고 떠올랐다. 3년의 시간을 오롯이 육지것들로 살다 결국 똑같은 육지것들이 돼버리고 만, 다시 육지로 상경한 그날이 십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높은 하늘에 낮고 거대한 솜사탕 같은 구름과 손이 데일 것같이 불타 오르던 노을은 여전히 시시때때로 몽글몽글 피워 올라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그게 제주다.

 

제주에 내려와 실컷 돈벌고 다시 육지로 가버린 다는 육지 것들. 그들이 던지는 육지 것들, 은 아마 타지 사람들과의 겨우 붙은 정을 매몰차게 끊고 도망치듯 떠나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겹겹이 쌓여 만든 경계심이 아닐까. 그래서 먼저 마음 셔터를 내리나서 이 셔터를 올릴지 말지 선택 하려 묻는 것일 것일지도 모른다. 육지 것들이 다니러 온 것인지, 살러 온 것인지 묻는다.

 

아, 가슴이 싸하게 쓸어 내린다. 그 놈의 노을, 그가 제주에 엉덩이를 붙이게 만들었다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던가를 기억에서 싹 지우게 만든다는 그 노을 이야기가 사진첩에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는 그 노을이라서. 그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물이 났던 날도 있어서. 언제고 고향처럼 다시 돌아 가겠다던 그 곳, 이 난 외도다.

 

아, 울컥 했다. 사는 게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지금'이니 그런 거 겠지만, 지금에 목 메고 살다 보니 지금이 지금 같지 않게 티미하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 제주로가겠다, 는 생면부지 미래 지구과학 쌤의 고백에 느닷없이 울컥 해버렸다. 난 지금이 아니면 못할 걸 알면서도 십년이 넘도록 지금을 다음으로 미루고 있는 중이어서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렇다고 나는 내일 뭘 할 수 있을까?

 

80쪽, 사장님, 저 제주에서 1년 살아 보려고요

 

궁서체가 되는 듯 마음 가짐이 정갈해 진다. 언젠가, 분명 언젠가 그리 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 책방 주인님아가 되려 했는데 거기에 하나 덧 붙여야 겠다. 사진만 찍는 녀석들은 막야야 겠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어딜 가나 어디서나 이 먹고 사는 문제가 문제다. 에휴. 그리고 공지사항은 절대 치사함과는 결이 다른 문제고. 암만!

 

124쪽, 분노의 공지사항

 

"모든 사람들이 '아베끄'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보다 '아베끄'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고민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138쪽, 쪽짭한 책방에서 예약을 외치다

 

노을은 수평선 넘어로 가라앉고서야 비로서 뜨겁게 불타오른다, 던 그의 말처럼 책을 덮고 나니 비로서 제주에서 치열하게 살아 남고자 애쓰는 그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그의 비장한 정착기, 보단 생존기가 어울리지만 어쨌든 너무 쉽게 스쳤나?, 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고.

 

그의 가볍지 않은 제주 정착기와는 다르게 책장은 눈깜짝할 새 끝을 드러내 버릴 정도로 재밌지만, 그의 생존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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