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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문장과 순간

by 두목의진심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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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 ​작가 소개를 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 라는 카피를 만들어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열정을 불사르라, 는 듯 일터로 등떠민 장본인이라니 이 책, 확 더 마음이 동한다.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그토록 낯설었다던 지금 당장 행복의 땅을 노래하듯 옮긴 글과 감각이란 단어가 순간 오감을 자극한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름 돋는다. 왠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지금 당장의 행복도, 감각도 잃은 그저 그렇게 무딘 삶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정도 예측할 밖에.

 

"그래서 더욱 살아 있는 순간순간이 찬란해야 한다." 23쪽, 1

 

흐흑... '찬란' 이란 단어가 주는 벅참에 이 순간이 흔들린다. 2022년 10월 29일, 22시를 어떻게 기억할까. 할로윈은 더 이상 축제가 되지 못한다. 그들의 찬란해야 할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으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내 삶은 찬란한가? 기적일 수 있을까.

 

거리에 신이 내리고, 한 번씩 웃음을 터트리는 그 신들은 대체로 젊은이며, 그 신들이 사는 곳은 신촌이건 봉평이건 웃음이, 사랑이 있는 곳이라는 그의 표현에 가슴이 찌릿하다. 이미 그 신들과 견주기에 꽤 먼 시간을 앞질렀기에 그 신들의 웃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아닌 것을, 또 알기에 매순간 그 신들의 완벽함을 기도하게 된다. 젠장! 무슨 말인지.

 

"간혹 고독사한 사람들의 부검영장이나 노숙인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공부상 기재된 몇 가지 기록 말고는 누구도 이들을 설명해주지 않아 놀랄 때가 많다. 주석 하나 변변히 없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소수자다. 소수자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웅크리고 있다." 126쪽, 18

 

박주영 판사의 글을 옮긴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기고 나니, 가슴이 뜨거워 졌다. 얼마간 나 역시 소수자이고 소수자들을 위해 적지 않은 영혼을 갈아 넣고 있기에 이 글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주석 하나 변변히 없는' 그들의 삶을 우린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133쪽, 19

 

21. 나는 질투로 잠깐 눈이 멀고 만다, 라는 감각적인 그의 질투에 나 역시 질투한다. 어쩌면 이 세상 모든 문장은 그러한 질투를 품고 있을지도. 게다가 멋들어진 손글씨도 그러하다.

 

 

이 책은, 내용 중 기억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문장이 허공에 흩어지는 순간을 잡아 채 삶의 통찰로 빚어낸 그의 혜안이 부럽다. 아주 많이.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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