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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퇴근길의 마음 - 나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일하는 법에 대하여

by 두목의진심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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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두 권 읽었다. 그의 말, 아니 글 솜씨에 반했던 책들. 그래서 그의 퇴근길의 마음도 궁금했으리라. 또 내 마음은 어떠한지 가늠하고 싶기도 하고.

 

일의 성패는 요령이라 생각 했는데, 결국 진심이라는 그의 글이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덜 하다. 그도 말했지만 일이 많은 건 견딘다. 근데 사람 힘든 건 견디셔가 안 된다. 그래서 진심을 다한다는 건 되돌아 오는 상처가 핵폭탄이나 쓰나미급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견디라는 말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잘 알려진 사람은 알려진 대로 선입견의 대상이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알려지지 않은 대로 편견의 대상이 된다." 40쪽, 이번엔 거절, 다음엔 승낙

 

선입견과 편견의 대상이 되는 건 그 어느 쪽이든 별로지만 어쨌든 그런 입장을 갖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하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기사 몇 줄이나 영상 몇 개로 맹신하거나 저주를 내려 꽂는 일이 너무 허다한 세상이 아닌가.

 

직장인의 자세쯤으로 읽히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중에 이메일의 선명도에 대한 글은 따로 뽑아 메모해 놓을 정도로 유익했다. 요즘 이런저런 업무들이 메일로 주고 받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가 일러준 방법이 도움이 될 듯하다.

 

106쪽, 업무 메일의 선명도를 위하여

 

또 그가 일에서 글과 말, 두 가지 다 해서인지 글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말에 대한 내용도 주목하게 된다. 특히 <정교한 못된 말과 자기반성의 적>에서 안 해도 되는 말이나, 악의적인 말을 악의 적이지 않은 어휘를 동원해서 하고 그걸 사이다로 포장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내가 그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얼굴이 화끈하다. 역시 다언삭궁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읽다 보면 눈을 잡아 끄는 주옥같은 글들이 참 많다. 직장에서 헤맨 순간조차 역사의 일부가 되어 있으려면 살아 남아 있어야 하고, 그래야 어디든 도달해 있을 수 있다, 는 말은 비단 직장뿐만 아니라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통찰은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 어디 학원이라도 있나?

 

나같이 출근길을 나서자 마자 퇴근길을 바라는 마음으로는 분명 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입만 열면 삶의 통찰이 철철 넘치는 저런 멘트를 날리고픈 욕심은 있는지라 그의 마음을 예사롭지 않게 읽는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만 읽는다고 얻어지는 건 분명 아니라는 건 나를 봐서 안다.

 

그리고 딱 내 심경이 담겨 심란한 문장도 더러 있기도 했다.

 

160쪽, 기존의 관계가 전복될 때

 

"그의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는 순간 그 관계는 끝이다." 179쪽, 장점이 단점이 되었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그랬다. 관계란 한번 맺으면 언제까지고 좋으면 좋으련만 살다 보면 그러지 않을 때가 많은데, 거기에 맺고 끊는 일이 좀 수월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관계는 스트레스로 작동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좋았던 기억도 흐릿해져 서먹해진 이유도 모른 채 허덕이는 경우도 태반이다.

 

<경험이 많은 것이 오히려 나의 발목을 잡을 때>는 목울대가 오르내렸다. 나는 그가 말한 상황과 정반대지만 어쨌거나 경력이 발목을 잡은 건 맞으니까. 내 처지가 읽혔다.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지금 하는 일을 지긋한 나이라 불릴 때 시작했다. 이직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건 좀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지라, 어쨌거나 이직할 때 면접 자리에서 관리자들 나이가 훨씬 어린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내가 늦게 시작한 일이니 그건 당연하고 내가 성격이 좋으니 나이와 관계없이 잘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땐 진짜 그랬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나이가 뭔 상관이랴 싶었다. 그리고 10년 차가 되고 쉰이 넘은지 몇 해가 지났는데 난 여전히 평직원이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동료들은 어느새 자식뻘이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자괴감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은퇴를 앞당기고 싶어도 아직 학령기인 아이들이 있으니 자괴감 좀 든다고 자리를 박찰 수도 어렵고. 그저 불면의 밤이 길어지기만 한다.

 

이 책은 혼자 일하기를 꿈꾸지만 누군가에게 등을 내주며 함께 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슬기로운 직장 생활에 대한 그의 경험담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잘 하는 퇴근인지 진심 고민하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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