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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13

[에세이]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결코, 그러려던 건 아니다. 그런데 제목은 곰곰이 내 결혼 생활을, 아내를 그리고 나를 훑어 내려가게 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 앉는 느낌이다. 중국의 모 영화사 부사장에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그리고 예민한 편인데 좋아하는 일이 '듣는' 것이라는 그의 소개 글이 흥미롭다. 보통 예민하면 듣는 건 고역이지 않나? 순간 이것도 편견인가 싶긴 하지만. "사랑은 포기해도, 품위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29쪽, 품위와 결혼하다 사랑을 포기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어쨌든 시작부터 그에게, 아니 그의 남편에게는 있는 것이 내게는 없다는 것을 확인받는 거 같다. 그가 말한 품위의 구분선 중에 다행히 있는 것도 있는데 나는 왜 별반 품성(인성)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가 뭘.. 2022. 8. 26.
[에세이] 좋은 건 같이 봐요 (홀리데이 에디션) 딸깍, 스위치가 켜지는 것처럼 감정 기류가 순간 낮아 졌다. 도대체 나다운 건 어떤 걸까. 다들 그 어려운 걸 어찌 그리 잘 찾아냈을까. 그냥 나 다운 걸 '잘 아는' 사람들이 낯설다. 좋아하는 것만 먹는 심한 편식에 여성스러움이 적어졌고 그래서 자존감도 들쭉날쭉 하지만 나 다우면 되는 거 아니냐, 며 쿨내 진동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다. 마침내 나는 나 다운 걸 알게 될 수 있을까. 찰나에 스치는 그의 일상적 깨달음이 좋다. 육지 것들, 이라며 무례한 짜증을 부리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정작 돈이 있으면 하지 않아될 경험이었다, 거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빗속으로 뛰어들 여유를 찾은 이스탄불 여행자처럼 그 속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던 것들을.. 2022. 6. 28.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역시 주문처럼 읽게 되는 제목인 책이 20만 부 돌파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고 서평단 제의가 왔다. 1년 만에 20만 부라. 부럽다. 이미 읽었지만 내용도 추가된 부분도 있다 하니 다시 위로 받고 싶어졌다. 어라? 내가 이 문장을 읽었던가, 싶을 만큼 생소한 문장이 여기저기 솟아 올라 목차를 들여다 본다. 12편의 응원과 위로가 더 담겼다. 한데 그때도 애로적이었는데 여전히 애로스럽다. 위로가 필요하긴 하지만 금세 눈이 피로해질 만큼 가독성이 떨어진다. 한 포인트만 키워달라 부탁했었다. 뭐 내 말을 들어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많이 알고 배울수록 쉽게 추락하는 일, 별거 아닌 것도 힘겹게 받아 들이는 일이 '앎이고 암'이라니... 다행인가. 내가 이리 힘든 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워서 그런 거라는 .. 2022. 6. 26.
[에세이] 모두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따뜻한 제목이, 마치 둥글게 굽은 등을 아래 위로 쓰다듬 듯이 온기가 전해지는 위로를 받는 듯해서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었다. 어떤 위로와 이해의 말들이 담겼을까, 마치 잔치 앞둔 설레는 심정 같았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더 이상 껴안는 게 버거워질 때는 혼자 떠안으려 하기보단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 그래야 서로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말에 한참을 읽기를 멈췄다. 그리고 내가 사려 깊은 사람일까, 싶어 가슴이 시큰거렸다. 작가의 삶에 미워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미워질 듯한 사람은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 적당한 거리와 형식적인 예의로 충분하다, 길래 앞으로 그래볼까 싶어 생각을 더듬는데 나는 미워질 듯한 사람은 애초에 지우고.. 2022. 2. 23.
[에세이] 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될 턱이 없음을 알기에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딸아이가 정시 원서를 내놓고서 지원자 수를 지켜보면서 한숨과 자책을 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은 퇴근한 아빠에게 전문대에도 혹시 모르니 원서를 써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렁한 눈을 맞춘다. 시험을 망친 탓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얼굴이 다 뒤집어질 정도로 아토피가 재발했다. 녀석은 제 속도 말이 아닐 텐데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보태져 하루가 지옥일 게 뻔하다. 이제 20년 인생에 1년은 별거 아니고 낭비한 것도 아니라서 천천히 하고 싶은 걸 찾아봐도 된다, 고 했지만 딸아이의 인생에 대학은 어떤 의미일지 속단할 수 없으.. 2022. 1. 9.
[에세이/낭독리뷰] 유럽에 서 봄 스위스 5월이었던가. 20년 전 출장으로 스위스의 한 도시에서 스치듯 하루 묵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스위스를 경유 프랑스 앙시로 가는 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이 기억에 담겨 있다. 그리고 드라마 의 리정혁 대위가 피아노를 연주해 주던 그림 같은 곳도 여기 이젤발트 아니던가. 작가에게 그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받았다. 서평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읽어 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미루기만 하다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읽을 책을 고르려다 푸른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한쪽에 만년설이 덮인 표지가 유혹하듯 눈길을 잡아끌었다. 스위스다. 이제는 소녀가 아닐지 모르는 하이디가 여전히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곳. 그렇게 '만년설을 이고 서 있는 차가운 냉정과 사.. 2021.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