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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좋은 건 같이 봐요 (홀리데이 에디션)

by 두목의진심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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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책이 세 가지 느낌이 되었다. 같이 보려고 찍었다.

 

딸깍, 스위치가 켜지는 것처럼 감정 기류가 순간 낮아 졌다. 도대체 나다운 건 어떤 걸까. 다들 그 어려운 걸 어찌 그리 잘 찾아냈을까. 그냥 나 다운 걸 '잘 아는' 사람들이 낯설다. 좋아하는 것만 먹는 심한 편식에 여성스러움이 적어졌고 그래서 자존감도 들쭉날쭉 하지만 나 다우면 되는 거 아니냐, 며 쿨내 진동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다. 마침내 나는 나 다운 걸 알게 될 수 있을까.

 

찰나에 스치는 그의 일상적 깨달음이 좋다. 육지 것들, 이라며 무례한 짜증을 부리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정작 돈이 있으면 하지 않아될 경험이었다, 거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빗속으로 뛰어들 여유를 찾은 이스탄불 여행자처럼 그 속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던 것들을 찾아내는 그의 시간이 빛나게 박혀있다.

 

84쪽, 가끔은 비를 맞아도 괜찮아

 

좋아하는 게 뭐야, 라는 질문 끝에 이어진 그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또 그 끝에 당연한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지긋지긋하게. 아 글쎄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래 싫어하는 걸 찾자.

 

"내가 좋아하는 몇몇 것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엄청나게 좋아해서가 아니라 싫어하는 게 많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126쪽,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

 

여행을 활자로 하는 나는 늘 궁금했다. 어떻게 생판 모르는 곳에서 구글 지도 하나로 거닐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는 지도도 그저 낯선 것이라서 익숙하지도 믿을만 하지도 않을 텐데. 그러다 통신망마저 원활하지 않으면 그 어디를 헤맨다 해도 알 수 없는 일일 텐데. 난 생각만으로도 소름 돋고 두려움이 인다.

 

그의 글에서 알 수 있었다. 길을 잃고 헤맨다 해도 낙오나 조난이 아니라 어디에든 쉴 곳은 있으니, 그땐 그냥 쉬면 된다고. 그게 여행의 맛이라 알려 준다.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으면 그뿐인 것을. 그래서 떠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인가.

 

책이 소중해질 즈음, 책장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젠장! 그렇게 하와이 해변이 반으로 갈라졌다. 속상하다. 많이. 2쇄가 만들어진다면 신경 써 주시길.

 

167쪽, 네가 가라, 출장

 

"어쩌면 현재를 버티게 해주는 건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이 아닐까. 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소소하고도 묵묵하게 내 앞에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227쪽, 오늘을 버티다

 

이제 서른을 막 지나쳤을까? 그를 상상한다. 150cm 정도의 키에 뚱뚱해 보일까 봐 수영복을 입지 않을 정도의 몸매, 들쭉날쭉한 자존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다움을 일찍 알아버린 사람. 만나보고 싶지만 정작 만나도 눈만 껌뻑 거릴 게 뻔하다.

 

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선 나는 가져보지 못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 그의 깊음이 가슴에 새겨 진다. 열심히 해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라니. 마침내 부끄러워졌다.

 

300쪽, 누군가의 반짝이던 시절

 

하와이 하나우마베이에서 몸을 던지는 사람, 런던의 이름 모를 다리를 건너 만나는 도시 그리고 책장 가득 채운 책들 속에 서있는 노부부와 그밖에 낯선 곳들의 모습은 숨을 멎게 만들고 뚫어져라 바라 보게 만든다. 그렇게 닿을 수 없는 아쉬움에 상실감마저 느껴야 했던 기막힌 사진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그와 그의 생각들은,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멈춰 헐떡이는 숨을 잠시 고르는 일처럼 쉽지 않았다. 설렘 가득하다. 그래서 같이 보자 했나 보다. 같이 보자 해서, 고맙다.

 

그리고 그 언제 혹시라도 내가 사진관의 문을 열게 된다면, 반갑게 반겨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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