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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휴먼의 근사치 - 오늘의 젊은 문학 6

by 두목의진심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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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다소 난해한 대재앙 이후의 일들이 일렬로 행진하는 개미처럼 활자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지칠 때쯤, 챕터 하나가 끝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70일 동안 내린 비는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인간성을 더 줄여 주었고, 그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소는 태거가 됐다. 그리고 이소는 인간적인 태깅을 만들어내는 감각을 뽐냈고 승진했다. 그리고 이수가 했던 일들은 모든 태깅을 학습하던 인공지능 이드를 현혹 시켰다. 그래서 잘린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인간에겐 막을 수 없는 두려움이므로.

 

인간다워서 인공지능을 진화시킨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소름 돋는다.

 

93쪽

 

"좋아한다는 건… 놓을 수 없는 거예요. 포기가 쉽지 않은 거요." 94쪽

 

또 한 번, 벅찰 만큼 숨을 몰아쉬게 한다. 이소의 정체보다 구현우의 정체가 더 놀랍달까. 이도, 라니 한글을 만들어 낸 그분의 이름을 보자 호기심이 엉뚱한 데로 튄다. 엉뚱한 게 맞긴 해서 살짝 씁쓸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오류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159쪽

 

점점 호흡이 빨라지고 자꾸 피부를 만져 보게 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인간을 닮은 로봇보다는 로봇의 속성을 가진 인간, 게다가 정의와 지혜를 겸비한. 결국 이 모든 건 감정을 가진 인간 같은 기계에 대한 인간의 탐욕일지도.

 

점점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게 된다는 것에 두려움이 무뎌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기계가 인간 다워 진다 해도 오류는 인간에게만 있어야지 기계에게 있으면 안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갑자기 더 두려워진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가 근사치가 아닌 인간임을 확인 해 준 작가에게 고맙다. 뭐 인간다운 로봇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한 걸 보면 이게 고마워 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멈추지 않던 비가 눈으로 바뀐 즈음 등장한 R은 누구일까, 추리하다가 '그런가 보다' 하고 흐지부지 말게 되는 '귀찮음'으로 나는 인간임을 확인 한다.

 

장마라지만, 태풍이 휩쓰는 것처럼 심한 바람과 닫힌 창문을 뚫고 밀려 드는 빗소리가 심한 날에 읽어서 더 좋았던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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