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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by 두목의진심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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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패망 끝에 드러난 신비로운 색, 프러시안 블루에 이어 나폴레옹의 유배에 종지부를 찍게 한 비소, 하버의 참혹한 질소 등등, 읽기는 하되 책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정작 이 신비로운 색을 만들어 낸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들의 배를 불리면서 세상에 퍼졌다는 이야기.

 

그 유명한 괴링이나 그밖에 찰나의 순간 목숨을 끊으면서 도피처를 찾았던 그들이 씹은 시안화물 캡슐의 세세한 묘사는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탐욕과 물질의 발견이 이리도 스펙터클 하게 쏟아내는 작가의 지적 수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알게 된 질소의 능력이라니. 하기야 내가 화학이나 물리에 대해 뭘 알았겠냐 싶지만, '20세기 가장 중요한 화학적 발견'이라며 하버에게 노벨상을 준 이유가 공기에서 질소를 뽑아낸 이유라니 대단하긴 하지만 그게 이전 전쟁에서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었다니 좀 거시기 하다. 게다가 100년이 안 되는 시간에 세계 인구가 4.375배 만큼 늘어나게 만들고, 또 반면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빈곤을 혁신적으로 줄였단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하버가, 질소가 지구를 피폐하게 만든 게 아닌가.

 

사실일까, 그저 소설일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 걸까. 계속 꼬리를 무는 의문에 집중하기가 더 어렵다. 심지어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놀라움을 넘어서지 않는가. 우리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어쩌면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 그의 것일지도.

 

65쪽, 슈바르츠실트 특이점

 

수학이 더 이상 숫자로 남지 않을 때, 만약 인간의 마음이 붕괴해 무질서와 혼돈으로 빠져드는 것을 수학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그저 범인뿐인 나로선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아, 바로 얼마 전까지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게 다가온 그로텐디크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킨 모치츠키 신이치다. 그들에게 심장의 심장은 어떤 의미였을까.

 

슈뢰딩거의 파동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이나, 아인슈타인과 보어 사이에서 느껴지는 기싸움은 실로 놀랍고 흥미롭고 소름 돋는다. 사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이 거대한 물리학 파동은 원인도 모른 채 숫자의 난해함에 빠져들게 하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빛을 찾아 책장의 끝을 향하게 만든다.

 

211쪽,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래서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신비한 책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이 뭐냔 말이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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