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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겠습니다

by 두목의진심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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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의 화려한 프로필은 그런 말을 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그런 그와는 다르게 나는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살겠냐, 라는 생각인 부류인데, 마치 커다란 손가락이 솟아올라 '너는?' 하며 묻는 듯했다. 답답함이 생겼다.

 

자신을 평범한 아저씨라고 했지만 진짜 평범한 사람은 이렇게 화려한 스펙을 쌓을 만큼 '그냥' 행동하지 못한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아 알려주고 싶다. 새로움이나 낯선 일이나 사람 앞에서 망설이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선택을 미루다 결국 익숙한 것들로 회귀하는 게 보통이다. 그와 같음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고민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많은 고민과 내적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이 확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44쪽, 알고 보면 사람들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한다

 

이런 저런 다양한 고민이 있다고 해도 결국 그건 '나'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혹 몰랐던 말이라면 유레카를 외쳤을테지만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책들에서 반복되던 말들이라서 새롭지도 않으니 더 그랬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 자신을 모르고 자빠져 있으니 한숨이 날밖에. 도대체 "난 누구냐?"

 

96쪽, 진정한 꿈이란 무엇일까

 

말 한마디가 가슴을 흔든다. 잘나가던 국내 모델계를 떠나 이탈리아 밀라노 런웨이에 서겠다는 다짐을 그냥 실천해버린 한 모델의 이야기가 잊고 있던 17년 전 나를 회상하게 한다.

 

2005년. 운영하던 애니메이션 슈튜디오가 문을 닫았던 시기, 제주도의 한 디자인 학원에서 강사 자리를 제시했다. 서울과 근교에서만 36년을 살았고, 제주도는 딱 한번 가봤을 뿐인데도 막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고도없고 몸도 불편한 내가 해볼까, 라고 했을 때 부모님은 큰일 날 소리라며 놀라셨고, 아내와 동생들은 안 된다고 만류했다. 친구들 역시 내 몸을 생각하라며 걱정을 한보따리씩 풀어 놓았다. 근데 난 딱 3일 생각하고 떠났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갈까 말까 고민같은 건 하지 않았다. 모두의 걱정을 뒤로한 채 한달만 해보고 정 안되겠으면 돌아오겠다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달이 두달이 되자 결국 아내와 5살 딸이 제주도로 내려왔다. 그리고 3년을 넘게 살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도 하고 싶은 일은 무턱대고 벌리던 사람이었다. 하청은 이제 지즛지긋 하다며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만석이던 아내를 설득해 집을 담보로 스튜디오를 열기도 하고, 뜬금없이 제주도로 터전을 옮기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여기 저기 학원을 떠돌며 강사일을 했다. 한데 17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생기도 없어진지 오래다.

 

그의 세련된 양아치, 라는 표현은 참 세련되지 않은가. 직장이건 어디건 솔직함을 빙자한 무례함을 일삼는 빌런들은 널렸고, 갑질도 다양성을 갖추는 터라 이 표현의 기막힘은 박수 받을만 하다.

 

233쪽,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어른의 무게'를 체감한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그는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는 온전히 어른이 된다, 면서 그 순간은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일을 끝까지 책임질 때 찾아 온다고 하는데 쉽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본인도 밝히고 있지만 심리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자격을 갖추지도 않았다는 야매 심리 상담가가 분명한데 어찌된게 유명한 그 어느 상담가에 뒤지지 않는다.

 

삶에 어떤 자세가 좋다거나 중요하다거나 그러니까 내가 하란 대로 해보라는 식의 조언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그의 삶과 내 삶이 다른데 그가 하란 대로 하는 것도 웃기지 만서도.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그러면서 따뜻하게 전한다. 이런저런 위안도 받고 용기도 얻으면서 읽게 된다.

 

특히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물들이고 싶다면 '무언가'를 그냥 해보기를 권한다, 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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