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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베러티

by 두목의진심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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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피가 내게 튀었다."

 

첫 문장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않은가. 이래서야 읽지 않고 베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엄마의 병간호로 오랜 시간 피치 못하게 집안에만 갇혀 살던 로웬이 작정하고 집을 나선 날 아침 9시가 되기 전 횡단보도에 서있다. 그리고 10초 후, 누군가의 머리통이 트럭에 깔려 으스러지며 튄 피에 범벅이 된다.

 

그리고 제러미는 정신이 나가버린 그녀가 추수릴 여지를 만들어 준다. 잠시 후, 둘이 출판 미팅 장소에 있게 된 순간 어쩌면 알 수 없는 공기가 훅 끼쳤다. 둘 사이의 묘한 암울함과 멜랑꼴리한 공기의 흐름이 내게도 번졌달까.

 

시작부터 옴짝달싹 못하게 시선을 잡아 끈다. 순식간에 로웬을 따라 베러티의 공간으로 빠져 들었다. 아니 제러미인가? 아무튼 로웬의 선택이 만들어 낼 사건들이 호기심으로 들끓는다. 참기 어려운 궁금증에 미칠 것 같달까. 나도 인간이긴 하니까.

 

"낯선 냄새에 눈을 떴다. 주변의 소음도 달랐다.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겠다. 나는 제러미의 집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잠자던 방이 아니었다. 안방 침실 벽은 밝은 회색인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벽은 노랗다. 이 층 침실의 벽 색깔과 같은 노란색.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 누운 사람이 움직여서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다르다. 이건…… 기계의 작동에 의한 움직임.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제발, 하느님, 안 됩니다. 이건 아니죠." 197쪽

 

로웬이 느낀 온갖 위험한 매력, 그 아찔함 이 고스란히 전해져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이 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 문장을 읽었다면 마지막 베러티의 편지를 읽게 되는 마력이 있다. 반전이라면 반전, 분명 다들 그럴 것이다.

 

다만, 제러미가 괜찮은 남자에서 머무르는 게 김이 빠졌다. 이 모든 배후에 제러미의 가스라이팅 같은 게 있을 것이라고 추리했는데 헛다리였다. 그래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내가 나쁜 엑스일지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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