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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

by 두목의진심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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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끗 지나치는 제목에 콘서트,라는 단어가 보이길래 음악과 관련된 책인가 했다. 근데 아니다. 교양이라니, 교양에 콘서트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잠시 생각하다 되겠지, 하며 생각이 깊어지는 게 귀찮아 서둘러 긍정했다. 한데 책장을 덮은 지금은 된다, 는 말이 격하게 나온다.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나 어릴 땐, 몰라도 아는 척 하면 엄청 맞았다. 손이든 발이든 몽둥이든 그것도 아니라면 말로. 그게 친구든 선생이든 주변 어른이든 그렇게 당했다. 모르면 입 닥쳐 새끼야,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은 같은 말들. 린치 수준의 폭력이었다. 그래서 어설피 아는 건 입 닥치고 점잔 빼는 게 중간은 가는 거라는 말은 현실적 생존 비법으로 전수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민주주의, 페미니즘, 기후 위기, 미래 예측으로 4개 사회 현상에 대해 오디오 클립과 팟캐스트에서 나눈 그들의 사유를 솔직 담백하게 '얕은 지식'이라면서 몰라도 아는 척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알려준다.

 

그렇게 프롤로그 첫 장부터 '앎'에 대한 거창한 사유가 다소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한데 앎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 거와는 달리 시작부터 '맹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시각장애인이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쉽다.

 

그들의 폭넓은 식견은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정치를 사유한다. 트럼프, 유럽 극우파, 중국 개입을 반대하던 우산 혁명 등 포퓰리즘이 카리스마와 혐오로 이어지는 변질된 사상의 배경 설명은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데, 이런 내용과 이어진 개념을 보충도 해 주고 있어 시사 상식도 높일 수 있다.

 

43쪽, 중국의 공산당 독재, 그리고 홍콩의 봄

 

특히 개인이 갖는 위선적 공정에 대해 정곡을 찌르며 이야기 하는데는 박수를 치게 된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처음으로 제출되었으나 현재까지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로 폐지, 철회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참 이상한 점은 우리는 그 누구보다 차별을 반대하고 공정,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즉 누구도 차별하고 싶어 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공정한 사람이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죠." 57~58쪽, 대한민국은 정말 평등한가?

 

과연 이 문제가 정치인만의 문제일까 생각해 보게 되지 않는가? 한참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출근길 장애인들의 휠체어 시위에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불편함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지는 않았을까? 출근 시간을 피해서 하라든지, 꼭 이렇게 폭력적으로 해야 하냐, 같은 생각들.

 

한데 보통의 시민이라면 딱히 의식하지도 않아도 누리는 일들을 그들은 몇 십 년을 불편해 했고 차별 당해 왔음을 이해 한다면 잠시 불편해졌다고 욕설과 폭력, 손가락질이 아니라 같이 드러누워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도 역시 같은 시민이고 누구라도 대중교통을 목숨 걸고 이용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지금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역시 그들이 그렇게 애써서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비장함이 있어 말을 아낀다. 또 다양성과 소수성은 부정의가 일어난 이후 이를 바로잡는데 필요하다, 는 저자의 논점엔 살짝 닭살이 돋을 정도로 공감됐다. 여기에 태어날 때부터 배제된 이들에 겪는 공정에 대한 계급적 차별은 마이클 샌델도 언급하지 않았던가.

 

파트 2는 사회나 개인의 혐오와 편견이 페미니즘에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설파한다. 과거 세대가 여성 개인의 사회적 능력을 교육의 차별로 인식했다면, 두 번째 물결은 '행복한 현모양처란 없고, 여성은 남편과 육아에서 벗어나 사회적 활동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정체성과 성평등을 찾아야 한다' 라는 주장을 펼친 베티 프리단을 필두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시스템(구조)의 문제로 인식 하기 시작했으며, 80년 대 이후 등장한 세 번째 물결은 단일 여성의 성으로서 인종과 세대를 통합하려는 인식이며, 이런 여성 안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구분은 꽤나 흥미롭고 페미니즘을 이해 하는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한편 페미니즘을 포함한 이어지는 젠더 담론 역시 주목할만 하다.

 

129쪽, 젠더에 대한 오해와 편견 풀기

 

기후에 관한, 환경 변화의 위기는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의 내용의 집약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읽는 것만으로도 쫄게 된다. 당장에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의 1도쯤 내가 올리는 게 아닐까 심각한 책임감을 안겨 준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 4의 미래 사회의 난제는 사실 앞으로의 문제라기 보다 당장 해결을 해야 하는 실천적 담론들이 아닐까 싶다. 인구의 많은 비율로 노인층이 자리 잡고 있고, 그중에 또 많은 노인이 빈곤 세대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고독사나 존엄사는, 물론 이런 죽음에 대한 현상이 꼭 노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룰 이야기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

 

유행이 지난 <동물의 숲> 게임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들 때문에 뭣인지도 모르고 장만했었다. 근데 이 녀석 역시 메타버스가 아닌가. 요즘은 아이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내가 푹 빠져 지내고 있는데, 그 세계에서 또 다른 내가 나름의 활동과 인맥을 꾸려나가는 게 신통방통 하기도 하고 재미있다. 이런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82쪽,&nbsp;메타버스가&nbsp;불러올&nbsp;변화

 

가볍게 읽으라 했는데, 무겁다. 깊이도 있어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다. 인문을 철학 하게 만든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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