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

by 두목의진심 2022. 7. 20.
728x90

 

폭탄이 소낙비처럼 쏟아붓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이 배경인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면서도 남성 중심의 기득권을 한방 먹이려는 듯 경찰도 아니고 그냥 민간인 여주(여자 주인공) 콤비가 사건을 이끌어 간다. 심지어 남성만 득시글한 양아치 소굴에 여주 혼자 들어가 활약도 펼친다. 제목 역시 결혼상담소임에도 여성의 입맛에 맞는 '남자'를 찾아 주는 서비스다.



우연히 만나 죽이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리스와 그웬은 '바른만남상담소'라는 정식 인가받은 결혼상담소를 열었다. 출신을 종잡을 수 없이 비밀에 쌓은 아이리스와 고위층 가문의 안주인인 그웬의 만남도 살짝 계층의 화합이랄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서 흥미로운 지점도 있다.



어쨌든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한 냄새가 폴폴 나는 여성 틸리의 방문을 시작으로 소설의 사건은 급물살을 탄다. 한데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 이제 남자 한 명 소개했을 뿐인데 틸리가 죽어 버렸다. 틸리는 돌연 만나기로 한 미스터 트로워와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살해당했다. 그런데 경찰은 만나기로 했던 트로워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경로에서 살짝만, 소심하게 벗어나 보는 이 습관을 통해 그웬은 조촐한 모험을 하는 기분, 이때껏 똑바로만 살아온 삶에 맞서 비밀스러운 반란을 일으키는 기분을 누렸다. 그러나 이번에 시도하는 일탈은 조촐하지 않았다." 117쪽


솔직히 개인적으로 사건의 전개보다 사건을 둘러싸고 부연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이리스와 그웬이 딱히 어떤 전조나 증거도 없이 막연하게 '그럴 것 같지 않다'라는 직감으로 트로워는 범인이 아니니 진범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일이 뭔가 억지스럽달까.


비밀에 쌓인 아이리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남편의 죽은 후 일상에 갇혀 버렸지만, 뜻하지 않게 살인 사건에 가담하면서 벌이는 일탈을 모험으로 여기는 그웬의 행동은 쉽게 공감되지 않아 정신을 빼놓지 못하고 사건의 해결이 느슨해질 즈음 제3의 인물 아치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치솟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 속에 그웬은 남편의 상실로 모든 것을 잃고 시어머니와 후견인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여성에서 범죄 현장을 누비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해 가는 모습도 보여 준다. 또한 이런저런 로맨스를 통해 억압된 시대적 여성상을 살짝 비꼬기도 해서 읽는 재미가 적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적더라도 더위는 충분히 날려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