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영화 승리호는 그동안 외산 SF 영화에서 한글이나 스치듯 지나가는 배경음 정도의 한국말에 묘한 흥분감을 느끼던 기분을 폭탄처럼 한방에 안겨주는 영화였다. 대놓고 여의도와 광화문 랜드마크로부터 시작하는데 얼마나 신선하던지.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 SF 물이 있었던가 싶다. 아마 당분간은 비교불가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웹툰을 즐겨보지 않아서 원작을 보지 못해 원작 안에 녹아든 세계관이 영화와 일맥상통하는지 알 순 없으나 여기저기 나도는 호평과 혹평을 보면 신파 어쩌고저쩌고 하던데 사실 외산 영화도 대부분 가족애를 넣는 신파다. 우주 혜성이 지구를 날려버린다고 덤벼드는데 지구를 구하러 납시는 브루스 형님 패거리인 아마게돈도 그렇고 대부분 지구를 구하러 납시는 영화에 가족애는 빠지지 않고 그걸 넘어 히어로로 만드는 게 보통인데 승리호는 제목처럼 이기는 게 승리가 아니라 연대하는 게 승리라는 화합을 이야기한다. 개인을 히어로로 만들어 영웅놀이를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니란 말이다.
더 이야기해보자면 날로 날로 발전하는 과학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부분은 칭찬할만하다. UTS를 설계한 과학자에 의해 계층이 생기고 개인의 기준에 의해 분류되는 인간성의 말살이나 거듭된 연구에서 실수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능력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은 무엇이 인류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볼 과제인 듯하다.
사실 승리호는 전체적 영화 줄거리에 과거 영화와 유사한 부분이 좀 많다. 데몰리션 맨이나 엘리시움을 보면 개인이 특별한 과학적 성과로 유토피아를 표방하면서 인간을 계층을 나누고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환경이 파괴된 지구는 열등 시민의 거주지로 구분하는 영화도 많다. 또 총 모이나 리얼 스틸 같은 영화처럼 버려진 쓰레기에서 부품을 조합해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영화도 적지 않은데 이런저런 영화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고급 진 퀄리티의 CG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은 이 모든 것을 덮을만하다.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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